기자의 시각-출산율 저조, 근본적 해결책이 먼저다
기자의 시각-출산율 저조, 근본적 해결책이 먼저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01 14:21
  • 15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다정/문화·교육부 기자

윤다정/문화·교육부 기자-출산율 저조, 근본적 해결책이 먼저다


 
출산율이 갈수록 줄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 일선 지자체가 출산 장려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출산장려금·출산축하금·출산축하용품·영유아양육수당·영유아양육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출산율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만 명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은 왜 갈수록 줄어들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살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은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큰 공감거리이다. 오죽하면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 N포 세대란 N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다.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신조어에서 출발해 오포 세대(삼포+집·경력 5가지를 포기한 세대), 칠포 세대(오포+희망/취미·인간관계 7가지를 포기한 세대) 등 포기 범위가 확장돼 N포 세대란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자리 부족, 취업난, 취업 후에도 값싼 노동력·장시간 근무를 요하는 노동환경, 높은 집값, 높은 물가 등은 당장 저 혼자 먹고 살기에도 고되게 만든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 출산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결혼을 해도 딩크족이 늘고 있다. 출산을 한다 해도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문제들은 해소되지 않는다. 덤으로 자녀 사교육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환경에서 가정을 쉽게 꾸릴 수 있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여러모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이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여권(女權)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양육도 하고 집에서 가사도 도맡는 등 워킹맘을 넘어서 슈퍼우먼이 되길 바라는 여성에 대한 비이성적인 기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이 기대는 여성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 남녀 공동 육아·공동 가사 역시 전에 비해선 증가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몫으로 돌리는 측면이 많다. 우리나라의 여권은 피상적으로만 향상됐고, 실질적으로는 남녀불평등 문제가 만연해 있다. 아직 사회적 인식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편견을 두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 소득 수준 상위 10%를 제외한 가구의 만 5세까지 아동을 상대로 월 1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물론 지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여권을 비롯해 장시간 근로, 저임금 근무환경, 고용제도, 양육비용 지원 등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발전되어야 우리나라는 그나마 ‘살 만한 나라’가 될 것이고, 그랬을 때 우리는 결혼, 출산 등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단지 결혼, 출산율을 늘리는 데만 목표를 둔 출산 장려 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출산 장려는 목표가 아닌,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어야 한다. ‘살 만한 나라’, 나아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때 출산율 저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잘가다가 2018-03-02 17:30:55
기사가 잘 이어지다가 끝에 잠깐 외길로 새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