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때를 놓치지 말라(Ⅰ)
칼럼-때를 놓치지 말라(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05 18: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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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때를 놓치지 말라(Ⅰ)


경전(經典)중의 경전으로 꼽힌다는 ‘주역(周易)’은 하늘의 도를 통해 64가지 괘(卦)와 384효(爻)로 구성되어있어 인간의 운명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인간의 경륜과 지혜를 총망라하고 집대성한 인문학의 최고 텍스트이다. 이 책은 문왕이 덕을 얻자 이에 불안을 느낀 은왕 주(紂)는 문왕을 유리(羑里)라고 불리는 감옥에 가두었다.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큰 아들 또한 주왕에게 잡혀 가마솥에 끓여 죽이는 팽형(烹刑)을 당했는데 문왕은 자식을 삶은 국을 다 마셨다고 한다. 이런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문왕은 7년 동안 감옥에서 곤경을 이겨내며 주역의 체계를 완성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술가의 눈으로 읽으면 역술서, 정치가에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지침서, 기업인에게는 경영서, 일반인에게는 처세를 위한 교양서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데 ‘주역’만큼 때를 강조한 책도 드물다. 책의 첫 문장부터 때에 관한 괘로 시작한다. 64괘 가운데 첫 괘는 건괘(乾卦)로 시작된다. ‘건’은 크게는 천지창조에서 세상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작게는 한 생명의 잉태, 성장, 왕성한 활동, 죽음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에 관한 괘이다. ‘건’은 한마디로 시간의 절대성을 상징한다. 우주 만물과 모든 인생사는 시간의 절대성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청소년기에는 연애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때이기도 하므로 색(色)을 경계해야 하고, 중년에 이르면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다툼을 경계해야 한다. 만년에 이르러서는 이미 얻은 것을 경계해야 한다. 얻은 것은 뭐든 쥐고 놓지 않으려 한다. 이와 같이 때에 따라 사람은 처신도 달리해야 한다. 특히 사람은 때를 잘 알고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때가 맞지 않으면 일이 성사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때가 되었어도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일은 어그러지게 마련이다. ‘건괘’에 따르면 너무 일찍 뜻을 펼쳐서는 안 된다. 이를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 한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라는 말로 설령 때를 만나 실제로 일을 도모하더라도 조력자(인맥)가 있어야 이(利), 즉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룡(龍)’은 때를 의미하는 현룡(見龍), 물위에서 뛰노는 약룡(躍龍),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룡(飛龍), 그리고 마지막이 하늘까지 올라간 항룡(亢龍)이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내려올 일만 남았다. 항룡은 물러날 때를 거부하고 계속 자리에 연연하는 인간을 비유한다. ‘항룡유회(亢龍有悔)’는 높은 곳에 있으면 곧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높은 자리를 고집했다가는 좋지 않은 일만 당할 뿐이다. 그래서 이 괘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굳센 항룡도 이내 ‘여윈 돼지’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을 지닌다.

다음은 ‘이섭대천(利涉大川: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인데 이는 기다림에 대한 괘로 성공하려면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역에서 성공의 첫 번째 열쇠는 ‘때’이고 여기서 다루는 핵심은 ‘기다림’이다. 이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정보를 수집하고 시기를 저울질하는 ‘적극적인 기다림’의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시기가 오면 머뭇거리지 말고 모험 정신 즉 위험한 강을 건너야 하는 도전을 발휘해야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나머지 무모한 모험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과섭멸정(過涉滅頂:지나치게 무리해서 건너면 반드시 파멸한다.)를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둔괘(遯卦)’인데 이는 물러남의 지혜를 말한다.『주역』에서 많이 언급된 리더의 덕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물러남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물러남의 지혜는 둔괘에 나온다. 합당하게 물러나는 형태로 세 가지를 드는데 먼저 ‘호둔(好遯)’은 때를 잘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가둔(嘉遯)’은 주위의 칭찬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것으로 흔히 정상에 있을 때 또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마음이 들 때 물러나는 것이다. ‘비둔(肥遯)’은 준비를 마친 뒤에 물러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둔미(遯尾)’는 물러날 때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물러나는 것이다. 적당한 때를 읽지 못해서, 또는 때를 알았다 해도 당장의 직위나 이익 때문에 물러날 때를 놓친 경우다. ‘계둔(係遯)’은 집단적으로 물러나게 되는 것으로 정치인들이 사건에 휘말려 단체로 물러나거나 회사가 망해 사원들이 모두 퇴직하는 한국GM 자동차 군산공장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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