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엘리트 의욕 (Ⅱ)
관료의 엘리트 의욕 (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07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1950년대만 하더라도 장관이 바뀌면 말단 사환까지 술렁인다고 했다. 말하자면 정실인사가 예사로이 이루어지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때만 해도 국장, 과장 중에는 정말 우수한 두뇌, 전문지식, 책임 있는 자리에 알맞은 인격 등이 구비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관료의 체질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의 국장, 과장은 적어도 실력과 인격으로 부하를 이끌어 가지 않고서는 그 자리를 배겨낼 수 없게끔 되어가고 있다. 그 만큼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만 할 만큼 정말 관료세계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와 같은 우수한 두뇌집단을 이제는 경제 분야들이 빼앗아 가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가치 지향이 권위나 명예 얻는 것에서 돈을 버는 것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의 엘리트 코스를 마친 졸업생들이 관공서 보다 기업체를 선호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우수한 두뇌와 강인한 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회사의 기획에 참여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기술을 도입하고 인력을 조직하는데 주력하게 되었다.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공무원 두뇌보다 기업체의 두뇌가 우수하기 때문에 기업체에 의해 정부가 끌려가는 결과를 낳게 되리라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옛날의 관주도에 의한 경제 성장 정책이 점차 민간주도로 전화되고 있다. 경제 환경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 경제의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주도가 갖는 자칫하면 빠지기 쉬운 경직성과 책임회피, 무사안일 주의적인 폐단을 극복함으로써 기업이 스스로 치열한 경쟁에 이기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판단과 결단으로 적극적인 경영을 하면서 유연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 관주도적인 경제성장정책은 추진력이 매우 강했다. 상의하달(上意下達) 시스템이 능률화를 가속 시킬 수가 있었다. 그러나 관료사회의 풍토가 낳은 역기능도 적지 않았다. 하부조직에 있는 말단 공무원들의 충분히 토의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그 정책은 현실성 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책임자들이 때로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와도 야합하면서 결정한 정책이 일방적으로 강요되면서 생기는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고, 또한 그 손실에 대한 책임의 모호가 국고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현대사회에는 조직사회이다. 개인적으로 뛰어난 천부적인 지도력도 그 빛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갖고 있는 전문화된 능력이나 기술, 그리고 경험을 보다 합리적인 목적을 위해 조직화 할 때 시너지 효과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개개인이 우수하고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이 우수하고 강해야만 할 것이다.

모든 국제사회가 개개인의 우수성 보다도 조직체의 우수성을 갖고 경쟁 대열에 나서고 있는 현실성을 감안 할 때 우리도 이제 그와 같은 채비를 갖추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앞으로도 계층 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과감한 소득의 균형화 정책을 비롯하여 더욱 집중·비대화 해가는 재벌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그것에 대신하는 중소기업의 육성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등 지금 많은 초미의 과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

이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으로부터 사회복지 안정 정책도 국민 대다수가 강력하게 요망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힘으로 경제 자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우리의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느냐를 우리의 과제로 삼을 때이다. 관료엘리트들의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우리 경제를 어떤 모습으로 지도해 갈 것이며 그것과 인간주도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앞으로의 숙제이다.

바로 그 성공여부는 우리나라의 경제 관료 엘리트의 저력을 묻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기능적인 능력 보다도 오히려 국민경제를 어떻게 보느냐의 경제적인 식견과 긴밀히 관련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