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율 학습에 대한 생각
야간 자율 학습에 대한 생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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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밤 늦게 귀가하다 보니 거리에 고등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새 학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고 애처롭다. 한편으로는 미안하기까지 하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야간 자습 시간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도 그럴 깜냥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학부모로서 인생 선배로서 우리의 자녀와 후배들을 혹독한 경쟁 속으로 내몬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8시 이전에 등교해 밤 11시가 지나서 집으로 돌아온다. 참으로 고단한 일과다.

2008년 4월 15일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근거로 야간 자율학습이 부활되었다. 그런데 교과부의 발표 자료 어디에도 야간자율학습을 허용한다는 문구를 찾을 수는 없다. 대신에 학교 당국과 지방 교육청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즉시 폐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문구를 근거로 일선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을 부활했다. 필자가 야간 자율학습의 규정의 근거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야간 자율학습이 부활된지 4년여가 지난 현재 일선 고등학교는 사실상 강제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형식적인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학생이 참여하고 거부하기도 힘들다.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 교육의 목표로 오랫동안 전인교육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전인 교육이라는 말의 뜻을 굳이 설명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야간 자율 학습이 전인 교육인가에 대한 답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분명 아니다. 누가 봐도 야간 자율 학습은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대학 입시라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의 목적은 대학 입시 준비다. 

필자도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일찍 가서 늦게 돌아온다. 학교 내신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학원이라도 보내서 공부를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일찍 가고 늦게 돌아오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야간 자율 학습에서 빼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난색을 표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야간자율학습은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독이다. 학교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교육을 반복해 성적을 향상 시키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학원 교육이나 과외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학교 공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학생들도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매년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면 성적 우수자들의 인터뷰를 접한다. 그들은 하나 같이 학교 교육에 충실하고 사교육은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명문대학에 입학 학생들이 모두 그렇게 했는지 묻고 싶다. 또 그 인터뷰를 믿는 어른이 몇이나 될지 묻고 싶다.

진정 변화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진 자가 변화해야 한다. 현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얼마 전 들은 교육 현실에 대한 세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 성적을 평가하고 엄마는 이 성적을 들고 학원과 학원 강사를 평가한다고 한다. 학교는 슈퍼갑, 학부모는 갑, 학원은 을이란다.

현재 실행되는 야간 학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위권 몇몇 학생을 위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수막에 걸릴 몇 학생들을 위해 불필요한 희생이 강요되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학교도 변화해야 한다. 학교의 생존도 모색해야 하지만 학생들에게 학습방법을 선택할 권리도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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