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때를 놓치지 말라(Ⅱ)
칼럼-때를 놓치지 말라(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12 18: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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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때를 놓치지 말라(Ⅱ)


주변에 보면 학식이나 지혜가 풍부하지만 사회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뜻하는 ‘명이괘(明夷卦)’는 밝은 기운이 상처를 입은 모습이니, 지혜는 있으나 하늘의 때를 얻지 못한 군자의 형상이다. 이러한 사람을 ‘명이지자(明夷之者)’라고 한다. 때를 얻지 못한 현자, 지혜를 갖추었으나 이를 세상에 나아가 펼치지 못하는 군자다. 반면 ‘진지자(晉之者)’는 천시를 얻어 자신의 경륜과 사상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군자다. ‘주역’은 아무리 현자라도 때를 얻지 못하면 만 가지 지혜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한다. ‘주역’에서는 부(富)와 성공은 때와 기다림을 거쳐 적극적인 도전으로 성취해야 길하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재물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역’에서는 이 상태를 ‘밀운불우(密雲不雨)’로 표현한다. 이는 구름이 빽빽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축괘(小畜卦)’는 무엇이 금방 달성될 것처럼 쉬워 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한다.

‘주역’은 배우자나 참모가 자신이 벌이는 일에 대해 부정적이라면 이때는 일을 도모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되어도 거듭 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기망(月幾望)’은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까워졌다는 뜻으로, 일을 도모할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지만 곁에 있는 이가 도모하려는 일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최종적으로 흉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배우자나 참모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개인이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견대인(見大人)’, 즉 군자나 현자를 만나야 길하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승괘(升卦)에서도 위대한 성장의 기틀은 바로 ‘용견대인(用見大人)’에 달려 있다고 한다. 즉 좋은 스승이나 지혜 있는 책사(策士)를 만나 지도와 편달을 받아야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주역’은 ‘사랑학개론’으로도 읽을 수 있다. ‘둔괘(遯卦)’에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여러 괘가 나온다. 이를 상징하는 문구는 ‘승마반여(乘馬班如)’와 ‘즉록무우(卽鹿无虞)’이다. ‘승마반여’는 젊은이가 말을 타고 멋을 부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젊은 시절 첫사랑은 대개 마음이나 환경이 무르익지 않아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데 이것이 ‘즉록무우’이다. 즉, 숲 속에서 사슴(여인)을 발견하고 욕심을 내어 숲에 들어가지만 사슴을 잡지 못하고 고생만 한다. 철부지의 욕망으로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고 때를 놓치니 뒤에 이를 깨닫고 피눈물을 흘리는 것을 비유한다. 이는 욕망에만 이끌리는 사랑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일수록 욕망에 집착하기 쉬워 오래가면 흉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주역’은 청소년기에 뜻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이건후(利建侯)’즉 젊은 시절에는 장차 제후(諸侯)가 될 큰 뜻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주역’은 결혼에 대한 경계의 말도 전한다. 대표적으로 ‘몽괘(蒙卦)’의 ‘견금부(見金夫)’이다. 즉 ‘여자는 사내를 돈으로 본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인은 돈이 없으면 변심해버리는 속성이 있고 그럴 때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에 대해서도 음의 기운, 즉 여자에 기대어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른바 ‘음기(陰氣)경영’을 경계한다. 결혼으로 한몫 잡고 덕을 보려는 것은 요즘의 세태만이 아니다. 필자 주변에도 남자가 결혼으로 아내 덕 좀 보려다 흉한 꼴을 당하게 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주역’의 마지막 두 괘는 ‘기제괘(旣濟卦:목표를 이룬 사람)’와 ‘미제괘(未濟卦: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이다. ‘기제괘’에서 목표를 이룬 사람은 “나누어야 더욱 넘치고 행복해진다”고 강조한다. 목표를 이룬 사람은 큰일을 도모하더라도 소인들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소인을 쓴다는 말은 사사로운 이익을 끌어당기고 중부(中孚:믿음)를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저명인사가 가끔 추락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소인과 손을 잡고 삿된 이익을 취했기 때문이다. ‘미제괘’를 풀이하면 ‘아직 가지 못한 사람’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 아직 도전하지 못한 사람으로 젊은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괘는 한마디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이다. ‘주역’의 강한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단,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면서도 결코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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