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당신의 ‘출사표(出師表)’는 무엇인가
세상사는 이야기-당신의 ‘출사표(出師表)’는 무엇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14 18: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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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당신의 ‘출사표(出師表)’는 무엇인가


점심을 먹고 따듯한 햇살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골목길에는 어린 싹이 돋아나고 벚나무가지에는 새눈이 올라왔다. 강변에는 보드라운 버들강아지와 개나리 꽃망울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다.

동네 식물원은 기분 좋은 향기로 가득한 꽃 대궐이다.

사다놓은 튜율립과 블루아이드 뷰티 화분이 사무실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봄바람 따라 선거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오는 6월 13일은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선거를 90여일 앞두고 공직 출마 예정자들의 출마선언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 하는 단어가 ‘출사표(出師表)’다.

제갈공명이 227년(전출사표)과 228년(후출사표)에 지었으며 삼국지의 ‘제갈량전’, 양나라 소명태자가 편찬한 ‘문선’등에 실려 있다.

출(出)은 출동하다는 뜻이며, 사(師)는 군사 또는 군대를 의미하고, 표(表)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는 의미다.

제갈공명이 전쟁터로 떠나는 날 아침, 유비의 어린 아들 황제 유선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과 ‘백성을 위하는 마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지어올린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후출사표에는 ‘국궁진력(鞠躬盡力)’의 자세, 즉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굽히며 최선을 다한다”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제갈공명은 “모든 일을 미리 헤아려 살피기란 실로 어렵습니다. 신은 몸을 굽혀 돌보지 않고 죽을 때 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 일을 이루고 못 이룸, 이롭고 해로움에 대해서는 미리 예견하는데 밝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진인사대천명은 《삼국지(三國志)》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했다.

유비의 촉(蜀)나라가 오(吳)나라와 연합하여 위(魏)나라와 적벽(赤壁)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관우는 제갈공명으로부터 위나라의 조조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예전에 그에게 빚진 일이 있어 포위망을 풀어주었다.

제갈공명은 관우가 조조를 살려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조조를 죽일 계략을 알려주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고 생사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국궁진력’, ‘진인사대천명’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훌륭한 교훈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공직선거법위반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온갖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마음가짐은 위험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철저한 감시로 부정선거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유권자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

국민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굽히며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후보자가 당선되길 소망한다.

선거에 출마하거나 무슨 큰일을 할 때에만 특별한 선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순간 주어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출사표다. 그에 따라 인생의 방향과 목표가 정해질 것이다.
당신의 출사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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