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기억되는 것의 힘, 목소리
스피치 칼럼-기억되는 것의 힘, 목소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18 18:4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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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기억되는 것의 힘, 목소리


필자가 운영 중인 경남 진주의 최효정스피치컨설팅에 오는 학습자들이 상담시 하는 고민은 바로 ‘목소리’이다.

즉, 음성표현에 대한 것인데, 호흡, 발성, 발음, 어조가 그것이다.

이는 일상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수한 상황, 면접과 같이 긴장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요소이기도 하다.

오늘은 목소리의 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억은 시공간을 뒤틀어 놓는다. 바로 어제 무얼 했는지 곧바로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십 수년 전의 일은 어제처럼 기억되기도 하고, 방금 들은 이야기는 잊어버려도 오래 전 각인된 이미지는 기억하려는 의지와 상관없이 기억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억은 사실 그대로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안이나 가치관을 사실과 다르게 저장하기도 하고, 전체가 아닌 부분을 조각처럼 배치하기도 한다. AI시대를 맞는 우리가 기억에 기댈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또 이런 기억의 특징들을 볼 때, 여러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면접관들에게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가 기억될까?

나는 인사담당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C그룹 인사담당자는 면접 당일이 지나고 나면 확실히 많은 지원자들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비슷한 복장의 비슷한 또래, 비슷한 느낌의 지원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특징을 기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굉장히 강렬한 인상이 아니라면 외모로 기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생김새도 굉장히 비슷하잖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여자 지원자들은 화장법이나 머리모양이 비슷하고 남자 지원자들은 안경테나 넥타이가 비슷해요. 그래서 외모만으로 특징을 기억 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이마저도 자유복장일 때의 이야기이고 아예 복장을 통일 시키거나 머리모양, 액세서리 규정이 있으면 더욱 외모만으로 지원자를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요즘처럼 ‘블라인드 면접’이 성행할 때는 지원자들의 실물조차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면접관들은 어떤 식으로 지원자들을 기억하고 또 어떤 지원자가 면접관들의 머릿속에 남게 될까?

블라인드면접은 목소리로 기억된다.

면접관이 당신의 자기소개를 듣는다.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내용보다 먼저 듣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의 목소리다.

목소리가 스피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작 <스피치멘토링>에서 한 챕터에 걸쳐 설명하고, 구체적인 훈련방법 또한 수록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다만, 면접 지원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분명 ‘내용을 압도할 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여러분과 무관하지 않다.

목소리는 소리와 공명, 모양과 규칙이 있어 누구나 훈련하면 좋아질 수 있다. 잘못된 발성은 ‘아~~~~’하고 소리를 고르게 내 보는 훈련만 지속해도 호흡이 길어지고 복부 힘이 생겨 좋아질 수 있고, 잘못된 발음은 입술, 혀, 턱 등 조음기간을 활발하게 움직이고 너무 쉽게 넘어가거나 대충, 빨리 말하는 습관만 고쳐도 많은 부분 개선 될 수 있다.

외모는 호감을 느끼는 취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지만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좋은 목소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신뢰감’과 ‘호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목소리를 ‘좋은 목소리’라고 한다. 아마도 여러분이 바로 짐작할 수 있는 좋은 목소리는 아나운서나 전문강사, 라디오진행자 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풍부한 울림이 있는 중저음이 신뢰감을 형성할 것이고, 또박 또박 듣기 좋은 표준어 구사와 상냥한 음성은 호감을 갖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지원자들에게 다 아나운서처럼 훈련하라는 얘기는 아니니 안심하길 바란다.

목소리가 좋고 말하기 능력이 뛰어나면 직종에 관계없이 큰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원자들이 꼭 말하기의 신(神)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만 잘하는’ 지원자가 불합격하는 경우도 보았고, 내용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소리만 연습한다고 면접에서 합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 본 면접관들은 대게 자기만의 노하우와 경륜이 있어 목소리를 들을 때 ‘목소리가 좋냐, 좋지 않으냐’로 평가하기 보다는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꼭 목소리 훈련이 필요하거나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발성과 발음이 매우 나쁜 목소리, 너무 작거나 너무 큰 목소리, 그 외 내용을 방해하는 목소리 등 그 외에는 ‘셀프 낭독 연습’으로 목소리를 관리할 수 있다. 우선, ‘자기 목소리’가 어떤지 녹음해서 들어보라. 자기소개서나 면접에 도움이 되는 책, 칼럼 등 관심이 가는 내용을 소리 내서 낭독해보자. 그리고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어색해 손발이 다 오그라 들 수 있지만 자주 녹음해서 들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제보다는 조금 더 잘 해봐야지’하는 마음이 생겨 점점 나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셀프 면접 리허설’도 되니 목소리가 면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꼭 연습해 보길 바란다.

*** 면접을 앞두고 점검해야 할 목소리

▲저음으로 너무 낮게 깔리는 목소리-기분이 좋지 않은 듯 한 느낌, 너무 심각하는 느낌을 줄 수 있으며 듣는 사람이 내용을 제대로 들으려면 굉장히 집중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다. 박력이 없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목소리 톤을 높이고 분명하게 말하되 속도감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크고 높은 목소리-너무 크고 높은 목소리는 ‘오버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자연스럽지 못한 데에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반면 자신감이 넘쳐 보일 수 있으므로 볼륨 조절에 대한 감이 있어야 한다. 허풍을 떠는 사람 혹은 이기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고 목소리 톤을 정상 톤(자연스러운 톤)으로 가져와야 한다.

▲쇳소리가 나고 맑지 못한 목소리-목소리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목소리로 듣는 데 부담을 줄 수 있고 발음이 부정확해 이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깔끔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고 품격이 떨어져 보일 수 있으니 고른 발성 연습과 심층적인 보이스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목소리-발음이 심하게 이탈하는 목소리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한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교양이 부족하거나 신뢰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으므로 특정발음 이탈에 대해서는 스스로 신경 써서 연습해야 하고 ‘ㅘ,ㅝ,ㅙ’와 같은 복모음, ‘ㄹ’발음과 받침 발음을 끊어가며 훈련해야 한다.

▲사투리가 심한 목소리-사투리는 개성이나 매력으로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선입견을 줄 수 있다. 듣는 이들이 특정 지방의 억양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직종에 따라 사투리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사투리 사용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억양보다는 발음에 집중해서 연습하길 바란다.

▲성이 바뀐 것 같은 목소리-남성이 여성 같은 목소리를, 여성이 남성 같은 목소리를 내면 심한 경우에는 듣는 이들로부터 인격이나 성정체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평소 이 부분에 대해 여러 번 지적받았을 가능성이 높기에 자존감의 문제도 거론된다. 목소리 치료가 필요한 경우인데 이 또한 직종에 따라 크게 의식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당함을 키워라.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하루라도 빨리 교정받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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