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베트남의 초대 방문 기억들
칼럼-베트남의 초대 방문 기억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19 18: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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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베트남의 초대 방문 기억들


나라 수호를 위하여 그렇게 아우성으로 외쳤지만 월남은 무너지고 말았다. 2010년 사이공이 함락되고 오래 끌었던 전쟁의 포화가 멎어 베트남이 통일 된지 벌써 35년 되었다. 1975년 4월 30일에 통일이 되었던 날부터 영웅 호찌민이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가 되기 전 월남전에 참여하여 전투를 하였던 필자가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저자 반례의 초청을 받고 호찌민 공항에 도착 된 날은 2005년 6월이었다. 그러니까 꼭 30년 만에 공산국가인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다. 이때에 북한은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지가 65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북한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 종전 40년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혈맹으로 맺은 무역이나 군사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년 내내 푸르른 산이 있고, 파란 벼가 들녘에서 자라고, 그 옆으로 푸른 강물이 흐르는 뜨거운 햇볕의 나라가 통일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작가 반례는 ‘항상 나라가 위험하다’고 걱정하였다. 필자가 지금 와서 베트남의 지난 역사를 들먹이는 것은 현실이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농민운동, 시민운동들이 마을을 통한 괴뢰 전으로 분단과 동족상잔의 70년 아픔을 지닌 한반도와 운명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본명은 ‘레지투이’ 반례는 베트남전쟁 중 전선에서 죽어간 친구의 이름이다. 친구 반례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도 틈만 나면 시집을 읽고, 시를 짓던 시인 지망생인데 땅굴에서 나와 조금 방심하는 사이 총알이 날아와 머리를 관통하여 죽었다. 30명이 월맹에서 6개월이란 특수 훈련을 마치고 라오스와 캄보디아 산맥을 거쳐서 남쪽으로 침투하여 활동을 하다가 5년 기간 동안 3명만 살아남았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저자 반례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많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친구는 죽고, 자신 만이 살아남아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76년 <문예주간>으로 데뷔하자, 시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전쟁터에서 죽어간 친구 반례의 이름으로 계속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농촌에 땅굴을 파고 농민운동 활약을 하는 등 여려 형태의 활동은 우리나라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나라가 위험하다’와 자본주의 자유의 약점을 파악하고 지루한 전쟁과 사상싸움에 지쳐 있는 좌파와 우파의 투쟁적인 젊은이들을 부합하고 내부의 싸움으로 작전을 바꾼 끝에 성공을 하였다는 반례의 성공적 체험이야기다. 정보를 먼저 알면 적을 이긴다는 교훈을 알고 있었다. 아마 조조의 삼국지를 통독하여 전술과 사람을 다루는 것이 훈련돼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반례 지음/하재흥 옮김/312쪽/8500원/실천문학사, 그때 한국출판 축하 및 한국 베트남 초대 교류의 밤에 참석을 같이 한 분들은 김영현 소설가(실천문학 발행인) 중앙대하교 예술대학장 강태준, 시인이자 문학 동네 대표인 강태현, 성공회 춘천성당의 최자웅 신부, 민족 민중 문학 계열의 밝은 평론가로 주목 받았던 현준만, 원광대 김재용 교수, 경주대 안진오 교수, 현기영과 김지하의 산문집을 출간한 도서출판 하남의 박남수 대표, 베트남의 여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소설가 방현석이었다. 소설가 김재호는 베트남의 시인이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및 영화감독인 반례의 장편소설. 언론사 많은 기자들도 우리 일행이 초대되어 오는 것을 알고는 취재 하러온 것 같았다. 이들을 만난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전개되는 이 ‘전쟁 소설’에서 반례는 “평화를 원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통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의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리고 이 글 속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았다.

“전쟁은 자애가 없지. 전쟁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괴물과 같은 것이니까. 그것은 세상, 인류 전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 전쟁을 증오한다는 작가의 시선에 짙은 비애가 가라앉아 있지만, 그것은 허무함을 자아내기보다는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끄는 손이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에서 반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개인이 마지막까지 감당해야 할 책임은 스스로를 추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이것에 의해서만이 공동체가 아름답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반례의 모든 작품은 ‘전쟁’을 한가운데 두고 있다. 그가 만드는 영화도 오직 ‘전쟁 다큐멘터리’뿐이다. “나는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내 친구들 이야기를 하고 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은 떠나간 친구들의 영혼에 받쳐졌을 것이다. 헤어질 무렵 필자와 3번의 포옹을 했다.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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