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칼럼-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19 18:4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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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우주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상은 한 번 양이 되고 한 번 음이 되는 과정의 순환이다. 이 얼마나 심오한 진리인가! ‘주역’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감동받은 대목이다. ‘주역’의 기본 이론 체계는 ‘음양론’이다. 이에 따르면 대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상호작용을 한다. 하늘의 기운은 땅에 영향을 주고, 땅은 하늘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하늘에 영향을 준다. 하늘은 이를 받아들여 변화하고, 그 변화를 다시 땅에게 주는 순환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사람으로 대표되는 만물이 하늘과 땅의 교감 작용을 받아 다시 대자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호 교감 작용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이 자연의 도이며, 그 과정을 64괘(卦)라는 틀에 넣은 것이 ‘주역’이다.

음양론의 변화 이치를 설명하는 ‘일음일양지위도’는 하루로 치면 낮이 가면 밤이 오는 것, 사람으로 치면 번성기가 가면 쇠퇴기가 오는 것과 같다. ‘주역’을 관통하는 음양의 논리는 대대(對待)와 교감의 논리하고 한다. 즉 음과 양의 전환에 대해서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하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대대의 관계는 서로 달라서 맞서고, 다르기 때문에 기대는 관계이다. 음과 양이 분명히 반대의 관계에 있지만 서로 배척하고 용납할 수 없는 모순관계가 아니라 서로 끌어당기는 관계, 즉 서로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자기가 존재 할 수 있는 관계이다. 단적으로 부부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주역’의 ‘구괘(姤卦)’에서는 배우자의 조건에 대해 말한다. 무엇보다 부부관계에서 여장(女壯), 즉 양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한 여성은 배우자로 삼지 말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여성 배우자의 기세가 강하면 남자들이 좀 초라해지고 볼품이 없어져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아내 뒤에 숨어 지내려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배우자의 궁함은 먼저 ‘기(氣)’를 보아야 한다고 자문하기도 한다. 이때 미세하더라도 남자의 기가 여성의 기보다 조금 센 경우가 낫다는 말이다. 여성의 기가 남성의 기보다 세면 이는 음양의 합에 어긋나는 것이다. 기가 센 부인을 둔 남자들은 자꾸 집 밖으로 돌려고 한다. 저녁이 되어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술친구를 찾는다. 집에 들어가면 호랑이 같은 마누라 기세에 눌리기 때문이다. 즉 기운이 강한 배우자는 배우자를 본의 아니게 밀어낸다. 기가 너무 센 여자를 만난 남자는 여러 가지 핑계로 아예 집 밖으로 떠돌이로 사는 경우가 있다.

‘주역’에서는 우주 삼라만상의 기본을 기(氣)로 본다. 기는 실체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영향을 주고받는 기능적인 매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역’은 ‘기’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모든 사물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일원론(氣一原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의 작용과 변화 원리를 나타낸 구체적인 개념과 이론이 바로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이다. 오행은 만상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변화를 주관하는 다섯 가지 기초 원소인 ‘목화토금수’이다. ‘주역’을 영어로는 ‘Books of Changes’‘변화의 책’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으며 그 안에 존재하는 나도 변화한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외적인 변화에 대한 관찰보다 내면에 대한 성찰이다. ‘주역’은 바로 자기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재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주역’은 일종의 점술서이기도 하지만 결코 인간의 정해진 운명을 이야기하는 성격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사람들에게 말하려는 것은 주어진 상황을 잘 살피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라는 ‘입명(立命)’을 주문하고 있다.

‘주역’의 또 하나의 논리는 ‘극즉반(極卽反)’이다 하나의 상황이 극한에 이르면 반전이 일어난다는 상황 전환의 논리다. 즉 흉한 것은 다시 길하고 위태로운 것은 다시 안정을 찾는 것이 천지자연의 운행이라는 것이다. 길흉이란 고정불변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의 노력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은 어떤 사람을 도울까? ‘주역’은 ‘스스로 도울 때에만 타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이 책은 한 번 더 선(善)을 강조한다. 선행과 덕을 쌓아야 비로소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계지자선야(繼之者善也)’라고 한다. 즉 나쁜 점괘가 나오거나 나뿐 운세를 맞아도 당당하게 선을 행하고 덕을 쌓으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선을 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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