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속의 희노애락((喜怒哀樂)
자원봉사 속의 희노애락((喜怒哀樂)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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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자원봉사의 큰 행사가 있을 경우나 자원봉사자 교육시에 내빈으로 초대되어온 분들이 인사말씀을 하실 때 “우리 지역의 천사들이 여기에 다모였습니다. 천사인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이고, 또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럴 때면 ‘저분은 자원봉사활동을 안해보셨구나, 했더라도 행사성의 활동만 했구나’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자원봉사활동도 사람의  일이라 그 속에는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피곤함, 희망, 절망의 파도가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기쁨!
중학생 80명과 농촌봉사활동을 한적이 있다. 두 곳의 포도 농장에서 포도송이에 봉지를 씌우는 활동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포도밭 주인 중 한분이 잘못하다가는 포도밭을 모두 망칠 수 있다며 화를 내셨고 한 분도 망설이고 계셨다. 미리 약속을 했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를 주지는 않겠다고 설득을 해서 두 곳 중 한 곳에서만 활동을 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속도는 나지 않았고, 포도밭 주인은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학생들은 아직 손이 굳기 전이라 작업이 손에 익기 시작하니 그 속도는 매일 일하는 성인들을 능가하기 시작했고, 오후 4시쯤이 되자 그 넓은 포도밭들이 새하얀 봉지도 덮였다. 그것을 본 포도밭 주인은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얼마전에 남편이 죽고 어린 아이들과 살아보려고 애들 쓰고 있는데 여러분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분노!
한 복지시설의 자원봉사단에서 활동을 할 때인데 그 기관의 자원봉사 담당자가 “A 봉사자님이 선생님의 활동태도에 대해서 안 좋게 이야기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라고 물어왔다. 함께 활동하면서 단지 같은 회장 후보라는 이유로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봉사단 회장 자리가 뭐라고…, 이런 생각이 들면서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슬픔!
자원봉사활동 실적에 따라 시상을 하고 또 여행을 보내준다는 말에 하지도 않은 활동들을 회장에게 말해서 조작하고, 그것으로 여행을 가는 동료 봉사자를 보면서 참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하는 자원봉사활동, 그 현장마저도 부패로 물들어가는 현실….

즐거움!
돈이 없어 대학에 합격하고도 갈 수 없는 소녀가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활동하는 봉사자들, 그리고 한 치과의사와 함께 4년 장학금을 만들었을 때 그리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소녀와 팔순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들 자원봉사자 가슴에도 기쁨의 눈물이 넘쳤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갈등들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는 생각 ‘이제 너무나 아름다운 일에 참여하게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 이런 생각들은 얼마 안가서 실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자원봉사활동도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자원봉사, 그 아름다운 신화로부터 탈출하자’, 자원봉사는 아름답지만 그 현장에는 인간의 삶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들을 기억하고 활동을 시작하자. 그 넘실대는 파도 속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희망을 노래하자, 그럴 때 풍어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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