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50-냉정과 열정 사이
도민칼럼-지리산향기50-냉정과 열정 사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21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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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냉정과 열정 사이


봉긋 올라와 터지는 꽃처럼, 달달한 연애 이야기를 하면 참 좋은 봄날이다. 꽃샘추위가 나른해지려고 하는 살갗을 바싹 당기게 하지만, 곧 이 추위는 언제 그랬냐 싶게 물러갈 것이고, 곧 덥다고 아우성들을 칠 것이다. 계절처럼 거스를 수 없는 것을 이치고 순리라 한다. 이런 마음들이 바람을 타면 대세라 한다.

요즘 항간에 부는 바람은 북쪽의 훈풍과 우리 사회의 미투(metoo)다. 바로 일 년 전을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북핵, 미사일발사, 미국의 북한 타격 뒤에 이어지는 한반도 전쟁설, 그리고 촛불로 이어진 조기 대통령선거, 더욱 강한 정권이 들어서야 모든 것이 안정된다고, 안보는 보수여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민심이 원하는 안보는 평화였다. 전쟁을 겪지 않아도 사람들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인간을 처참하게 망가뜨리고 모든 것을 허망하게 하는지 경제가 살아도 소용없고 이념을 지켜도 소용없고 이겨도 소용없는 것이 전쟁이니 말이다. 평화를 위한 것은 소통과 화해다. 무엇을 위하여 이념이 필요한가? 이념이 대체 있기나 한가? 낡은 흑색선전인 ‘빨갱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정권을 잇기에만 바빴다. 얼마 전까지도 그 말의 위력은 놀라웠으나 이제 그 뜻은 정치용일 뿐이다.

평창올림픽을 두고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고 지난 선거에서 적어도 보수를 대신한다는 이에게 표를 주지 않은 이의 입에서마저 그 소리가 나왔을 때,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픈 이들이 세뇌한 사람들의 인간관계와 그 안에서 주고받는 거짓뉴스가 정보라는 이름으로 참 많이 떠돌아,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건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평화로 가는 길 위의 묘수를 두고 어떡하든 폄하하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끼리의 결속을 강조하며 떠드는 이야기가 감정적으로는 잘 먹혀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바람은 불었고 그 손을 맞잡아 더 강한 바람을 일으키니 한반도의 봄기운은 대세가 되었다.

바라건대 섬도 아닌 섬나라에서 벗어나 기차라도 논스톱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유럽으로 나아간다면 물류는 얼마나 번성하고 40조나 되는 방위비를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복지는 얼마나 튼튼할 것인가! 한발 더 나아가 말이 통하는 인력을 저렴하게 공급받고 자원을 함께 개발하면 우리 청년들 일자리는 더욱 폭넓고 단단하게 펼쳐질 텐데 물론 모든 것이 다 장밋빛이지는 않겠지만 현실의 난관보다 희망이 더 많을 테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남북한의 대립 모드에서 소통과 화해가 이루어지는 사이 또 다른 대세인 <미투운동>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많은 설왕설래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변하고 있는데 어른들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너무나 만연한 사회에서 살다보니 세대 간에 마찰도 보게 된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표현하지 못한 어머니 세대와 여성들에게 무지한 아버지 세대, 그렇게 교육받아 온 젊은 세대와 자기 의지가 분명한 젊은 세대, 그 와중에 미투운동은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분명 이것은 정치적인 제스츄어가 아니고 진부 보수의 문제가 아님에도 이 운동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부류에 의해 2차 가해로 흐르고 있다. 미투는 대세이나 이 바람의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맞게 가고 있는지 틀리게 가고 있는지 조심스러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남성은 나이가 많고 적고 간에 미투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가부장적인 관습과 교육의 부재가 이 땅의 모든 남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잘못되었다면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대립의 구도는 맞지 않다. 여성인 어머니는 남성인 아들을 낳았다. 어머니가 먼저 여성을 말하고 아들은 내 어머니와 같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면 된다. 모두가 왜곡된 성의식을 조장하고 만들었다. 그사이 상처입고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상처 입은 이들에게는 사과와 위로가 필요하다.

세상을 주도하는 이들이 냉정하거나 열정이 가득한 이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따뜻하게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들이 있어 돌아간다. 남북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희망을 걸 듯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바라보는 세상을 꿈꿔본다. 이번 기회에 자본에 굴복한 여성들의 용기 있는 자기고백도 나오기를 바라며 우리 사회의 곪은 상처가 씻겨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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