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농사를 시작하면서
봄 농사를 시작하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11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자/주부
질기게 내리던 비가 그쳐 모처럼 농장을 다녀왔다. 주말농장 경력 올해로 20년차인 우리 부부는 몇 해 전 조그마한 땅을 사서 배와 매실을 키우고 있다. 봄에 과수 농사를 시작하려면 거름부터 주어야 하는데 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나선 길이었다. 다음 날 퇴비를 받기로 해서 겨우내 전정하고 버려두었던 나뭇가지들을 한 곳으로 치우고 퇴비 쌓을 자리를 정리하였다.

해빙기여서 땅이 물렁한데 비까지 내려 발 딛는 곳마다 땅이 푹푹 꺼진다. 덕분에 한걸음 딛기도 힘이 드는데 며칠 뒤 또 비가 온다니 마음과는 달리 일에 속도가 붙지를 않는다. 요새는 비가 와도 너무 자주 온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삼사일은 보통이고 이번 비는 5일이나 내렸다. 장마철도 아닌데. 예전엔 봄 가뭄 때문에 농사짓기가 힘들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었는데 늘 비오는 날씨가 되고 보니 올 한해 농사 비 때문에 제대로 될 지 걱정이다.

땅을 구입하고 몇 해는 뭘 어떻게 키워야할 지 몰라서 있는 배나무에 달리는 열매만 쳐다보았다. 꽃도 조금 피고 몇 개 안 달린 열매도 하나 둘 벌레에게 먹히고 떨어지더니 결국엔 여름 전에 다 떨어져 배 구경도 못하고 첫 농사를 끝냈었다. 둘째 해는 직접 신문지로 배봉지 만들어 씌웠더니 비만 오면 봉지가 젖어 찢어져서 벌레들에게 밥상을 준 꼴이 되었다. 그 다음 해가 되어서야 약도 치고 농협에서 파는 봉지를 사서 둘이서 목이 아프도록 배나무를 쳐다보며 일주일 내내 배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해 가을에 제법 배 수확을 하였다.

이제는 때 되면 농협에서 1년치 퇴비 사서 밭에서 묵혀서 쓰고 봄에 농사 시작할 때는 건장한 아들 친구들의 손까지 빌려 거름 주고, 6월이 되면 아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서 배봉지 씌우는 작업을 한다. 팔자고 키우는 것이 아니어서 이런 날이면 고기 구어 밥 해 먹고 가을에 수확하면 택배로 배를 보내어준다.

처음 주말 농장을 시작하면서 채소재배에 관련된 책을 하나 샀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늘 그 책을 보면서 농사를 지었다. 그 때는 작물을 심을 때와 키우는 방법만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포기배추 키우기가 어려웠다. 겉모습은 그럴 듯한데 속을 갈라보면 껍데기뿐이고 속이 차질 않았다.

그러다가 배추 키우는 방법을 배워 재작년에는 김장의 반을 보태었다. 내가 키운 배추가 작아도 더 맛있다고 다들 좋아하여 작년에는 배추를 많이도 심었는데 10월 접어들면서 매일 비가 와 배추가 물러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놔두면 다 녹아내릴 것 같아 한 달이나 빨리 김장을 하였는데 이번 김장은 물이 많아 맛이 영 못하다. 모처럼 해가 나 오늘도 밭에 일하러 간다. 이제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말고 비가 많이 와도 피해를 입지 않을 방법은 찾아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