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매화가 핀 작은 마을에서 만난 봄
아침을 열며-매화가 핀 작은 마을에서 만난 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26 18: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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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매화가 핀 작은 마을에서 만난 봄


지난 3월 17일 토요일 나와 아내는 봄의 꽃이 만발한 매화를 보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집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하동으로 나섰다. 광양에 있는 매화마을의 매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차가 밀릴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않은 채 매화의 향기와 매화꽃의 수수한 맛을 보면서 봄을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우리들의 맛깔스런 상상은 하동읍 내를 들어서서 경찰서 앞의 광장에서 산산이 깨져버렸다.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꼼짝달싹을 못했다. 가끔 차가 조금씩 움직였는가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가보면, 기다리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함인지 기다리던 차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광양의 다리를 넘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의논하여 차를 돌려서 화개방향으로 가기로 하였다. 먹점골에서의 자그만 매화축제가 생각나서였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차들이 잘 소통하는데 섬진강 건너 매화마을엔 차들이 온통 거북이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해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생각나는 것이 와룡사였다

와룡사는 흥룡마을 뒤편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사찰로 석불이 많으며, 와불인 석불아래 법당엔 금와가 나타나는 특이한 절로서 부처님의 사리도 안치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흥룡마을에 들어서니 자그만 마을이 온통 매화가 만발했다. 동네가 자그마하니 그렇게 큰 매화단지는 아니지만…, 마을을 뒤로 한 채 조금 오르니 와룡사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 자를 주차시키고 와룡사 실외 화장실에 가니 옛날식의 절 화장실이다. 아래를 보내 무섭기까지 하였다. 급한 대로 볼일을 본 후 주차장으로 오며 아래로 펼쳐진 매화꽃들을 보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꽤 괜찮은 풍경이다. 우리는 차들이 계속 올라가는 것을 보고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조금 올라갔더니 경찰관이 주차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매화꽃은 보이지가 않았다. 경찰관한테 축제를 어디서 하느냐고 물으니 조금 위 마을에서 한다고 하였다. 보니 자그맣게 꾸며진 잔치장이 보인다. 마을에서 먹거리와 마을 토속 식물들을 판다고 했다. 매화꽃을 보러온 우리는 들르지 않고 차를 돌려서 다시금 내려왔다. 아내는 광양의 매화마을로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건너편을 보니 차들이 많이 밀려 천천히 가는 모습이어서 포기하기로 하고 흥룡 마을에서 매화꽃을 감상하고 향기를 느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KBS창원총국에서 ‘전국을 달린다’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하기 위해서 하동을 찾은 팀들과 만났다. 그리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촬영의 기회를 가졌다.

매화꽃이 만발한 곳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의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에 허락을 한 것이 계기였다. 촬영감독의 지시에 따라 리포터가 우리가 취하는 포즈에 다가오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같이 온 하동군청의 홍보담당 공무원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가 하동 화개에 근무한 것을 이야기하자 금방 알아보았다. 그래서 하동에 대하여 조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근무하였던 곳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하자 공통의 관심이 되기도 하였다. 촬영팀이 가고 나서도 아내와 나는 청매화와 홍매화가 만발한 매화밭을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고 매화향의 매혹에 빠지기도 하였다.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마을 전체가 매화꽃으로 둘러싸인 모습에서 마을은 꽃잔치이며, 흥룡마을은 매화향이 가득한 매화마을이었다. 축제장이 아니어서 상춘객이 적어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소소히 찾아드는 여유가 있어 좋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는 않고, 봄꽃인 매화가 만발해서 온통 매화향이 가득한 곳, 우리들만이 봄꽃에 취해서 봄을 맞이한 곳, 섬진강가의 작은 마을, 흥룡에서의 매화꽃은 우리 마음에 온통 봄으로 가득 채워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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