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봄처럼 열정적인
아침을 열며-봄처럼 열정적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27 18: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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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봄처럼 열정적인


있는 자리 흩트리기! 이는 현 경제부총리 김동연의 책 제목이다. 있는 자리를 흩트리다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말이다. 혼자 쓰윽 아니면 씨익, 그도 아니면 낄낄 웃느라고 입에서 침이 흐를 지경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우리 사람들이 있는 자리를 흩트리지 않고 무슨 수로 내 자리를 만들 것인가. 겨우내 얼어 굳은 땅을 흩트리지 않고 어떻게 새싹이 올라올 것인가. 처음 그를 볼 때부터 까닭없이 이끌렸다. 어? 저 사람, 괜찮다. 그 다음엔 누구지 하면서 자세히 보게 되고 마침내 그의 프로필을 찾게 되고 결국 열혈 광팬이 됐다. 그를 보면 뭐든 잘 될 것 같은 기분!!

가난한 사람들은 봄을 기다리는 겨울이다. 이렇게 경제부총리처럼 앞서서 봄을 연 사람들은 그 겨울 사람들의 희망이다. 본보기다. 우리 겨울 사람들은 그런 본보기에 대해서는 무턱대고 사랑하고 본다. 나는 요즘 사랑에 푹 빠졌다. 언론에서 그가 나오면 전성기의 조용필에 바치던 환호와 애정이 넘쳐 주체를 못하겠다. 그 시절, 조용필의 이상할 정도로 애틋한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하면 어쩐지 마음껏 울고 싶었는데. 지금 그를 보는 마음이 똑 그렇다. 달려가서 손이라도 한번 잡으면 이 가슴에 자리한 설움이 봄눈 녹듯 사라질 것처럼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는 함부로 웃지도 않는다. 아니 늘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입술이 사뭇 닫쳐있지만 살짝 웃음기를 머금고 있기도 하다. 보일듯 말듯한 웃음기로 상대방이 말을 충분히 다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품새를 흉내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무나 판잣집에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 나라의 경제부 수장을 아무나 역임할 수 없는 것처럼. 그는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기 전에 은행에 취직을 했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을까? 얼마나 다부지고 완백하게 일했을까? 사랑스런 그 모습이 본 것처럼 눈에 선하다. 그리고 신났을 것이다. 이제 가족을 먹여 살리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신이 날 수밖에. 비록 잠을 줄이거나 일하는 틈틈이 할 수 있는 공부지만 그만해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야말로 촌음을 아끼는 순간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총기가 무너진 하늘을 다시 열었으니 이 또한 장엄한 일이 분명하다.

11살 때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걸 보아야 했다. 그리고 눈앞에 쌓여 있는 자신이 짊어져야할 무겁디 무거운 부담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진 위에 억장이 또한 무너졌을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니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저 깊은 슬픔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가 이제 겨우 11살이었으니 그의 어머니 또한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언젠가 꼭 기회를 만들어 그의 어머니를 뵈었으면 한다. 옷깃이라도 스쳐서 그 장한 기를 이어가고 싶은 소망이다. 실제로 아들의 학비를 댈 수는 없었지만 그 어머니의 깊은 기원이 없었다면 그의 승리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는 말했다. “젊은 시절 나는 세상이 너무 싫어 뒤집고 싶었다. 남이 던진 ‘환경’이라는 질문에 나만의 답을 내놓고 싶었다” 이 얼마나 당찬 포부인가. 봄에 씨앗을 뿌릴려면 가장 먼저 굳은 땅을 파 뒤집어야 한다. 그는 또한 특별히 서민 사람들에게 말한다. 좋은 습관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까 감사하는 습관을 훈령하라고. 감사함은 긍정의 에너지라고. 사실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감사하면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진정한 겸손에서 나온다. 겸손이나 겸허라고 하는 덕목은 감사한 마음에서 자연히 울어나오는 것이다.

신도 감사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돕는다. 자신이 소원하던 일을 성취했는데 감사함이 빠지면 신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빌어먹을, 지가 잘나서 잘 된 줄 아나?’ 그리고 다음번엔 주었던 복도 홀라당 빼앗아버릴 것이다. 따져보면 혼자 하는 일은 없다. 고마워, 이 말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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