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사람의 마음을 얻는 法
세상사는 이야기-사람의 마음을 얻는 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29 18: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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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사람의 마음을 얻는 法


꽃피는 봄이다.

따뜻한 햇살은 아름다운 생명의 소리와 분홍빛 희망을 피워내고 있다. 매화, 벚꽃, 진달래, 복사꽃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동네 찻집 앞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노란 산수유 꽃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행복이다. 가장 순수한 아날로그의 기적, 자연의 선물이다.

생텍쥐페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그의 책, 어린왕자에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 안에는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라고 그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17년 이상 범죄 수사와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했다.

범죄 수사는 어떤 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어 가는 과정이다. 과학수사기법은 증거를 찾아내거나 관련성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범행동기 등 실체적 진실은 결국 사람의 입을 통해서 밝혀진다.

범행 일체를 자백하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신문(訊問)기법은 증거보다는 ‘진심(眞心)’ 이다.

수사관과 용의자라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철옹성 같이 굳게 닫힌 심리적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야 한다.

형식적이고 입으로만 하는 ‘경청’, ‘공감’, ‘배려’는 효과가 없다. 수사관의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금세 알아차린다.

2006년경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살인사건을 수사했다. 용의자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이해와 불안 심리 해소를 위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말을 들어주었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유일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이 들도록 정성을 다했다.

어린 자녀의 병원 진료를 돕는 등 가족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
완강하게 버티던 용의자는 마침내 사체 유기 장소로 필자를 안내했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아집과 편견을 소위 ‘프로쿠루테스의 침대’에 비유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루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초대해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쇠로 제작한 침대에 강제로 눕힌 다음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늘려 죽이고,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잘라 죽였다고 한다.

미리 정해진 틀을 짜놓고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치면 공감 받지 못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삶의 최고 경지로 꼽았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러서 도(道)에 가깝다고 했다.

인위적이거나 가공된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조금 서툴고 완벽하지 않아도 꾸임 없는 순수함과 열정에 대중은 박수를 보낸다. 노력 없이 성취 할 수 있는 게 없듯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공부가 필요하다. 인문 독서와 신문 읽기는 사람과 현상에 대한 이해와 폭넓은 상식, 소통능력 향상에 좋다.

여기에 진심이 더해질 때 자연스럽게 마음도 통(通)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 진심의 꽃이 많이 피어나야 한다.

‘신뢰’, ‘공감’, ‘배려’의 향기가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퍼져 나가도록 동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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