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종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아홉가지 비결
칼럼-세종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아홉가지 비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02 18: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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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세종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아홉가지 비결


세종(世宗:1397∼1450·53세, 재위기간:1418∼1450·32년) 통치 기간은 조선과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영광을 누린 시대로 평가한다. ‘세종실록(世宗實錄)’은 세종대왕을 ‘해동(海東)의 요순(堯舜)’으로,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율곡(栗谷) 이이(李珥:1537∼1584)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시문집(詩文集)인 ‘율곡전서(栗谷全書)’는 ‘동방의 성주(聖主)’로 칭한다. 세종이 성군으로 평가받은 비결은 바로 ‘중용(中庸)’에 나오는 통치론의 핵심인〈구경(九經)〉을 앞장서 실천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구경이란 ‘중용’〈구경(九經)〉편에서 말하는 무릇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떳떳한 법이다. 첫째 몸을 수양하는 것. 둘째 어진 사람을 존경하는 것. 셋째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 넷째 대신(大臣)을 공경하는 것. 다섯째 여러 신하들을 내 몸처럼 여기는 것. 여섯째 백성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것. 일곱째 모든 공인(工人: 기술자나 장인)들을 오게 하는 것. 여덟째 먼 지방의 사람들을 회유하는 것. 아홉째 제후(諸侯)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구경이란 ‘대학(大學)’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 비견한다고 할 수 있다.

세종은 32년 재위 기간 동안 사서(四書)를 중심으로 총 1898회 경연(經筵)을 했는데 월 평균 5회 꼴이다. 세종 6년부터는 사서 강독이 이루어졌다. 사서는 각 권마다 보통 한 달씩 강독했다. 또한 세종은 경연에서 직접 ‘중용’을 강독하며 ‘중용의 원리’를 강론했으며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에서 그것을 실천했다. ‘중용’은 최고 통치자인 군주를 위한 실천 서적이다. 단지 윤리적인 실천의 책이 아니라 정치적인 실천의 책이었다. 세종은 ‘중용’에 거론되는 순임금과 문왕, 무왕과 같은 성인의 정치를 자신의 임무로 여기며 조선 백성들에게 실현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세종은 ‘양녕은 서울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태종의 유훈(遺訓)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의 형인 양녕을 만나기도 했다. 뇌물을 받은 관리인 장리(贓吏)의 자손에 대해서는 영원히 과거시험 자격을 박탈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가했다. 그러나 세종은 재위 14년 5월 14일 신하들에게 “장리의 자손에 대한 등용 문제를 논의해보라”고 했다. 김종서(金宗瑞), 황희(黃喜), 맹사성(孟思誠) 등은 등용을 주장한 반면 다른 대신들은 반대했다. 이에 세종은 “쓰는 것이 옳겠다”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세종은 훌륭한 신하를 공경하는 ‘경대신(敬大臣)’도 앞장서 실천했다. 새 정치를 시작하는 세종은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기도 하고 선대(先代)의 고위 관료를 배제하지 않고 그들이 퇴임하거나 자연사할 때까지 관직을 유지하게 했다. 세종은 또한 대신을 공경하는 의미로 중죄를 지은 대신에게도 결코 죽음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세종의 일관된 태도에 신하들은 충심으로 보좌했고 그것이 세종 시절의 정치적 안정과 번영의 초석이 되었다.

세종은 불교 억압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간원 승도들이 “흥천사에서 안거회(스님들이 일정 기간 외출을 금하고 모여서 수행하는 것)을 열어 무익하게 곡식을 허비한다”고 하자 “승도도 역시 나의 백성이다. 만일 그 중에 굶주린 자가 있다면 국가가 어찌 모른 척하고 구원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세종의 이러한 정치이념에는 아마도 공자가 주장한 ‘논어(論語)’〈자한편〉에 나오는 네 가지를 결코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4무(無)의 정치철학도 깊게 무장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첫째 무의(毋意):자기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았다. 둘째 무필(毋必): 꼭 그래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셋째 무고(毋固):자기의 선입견을 고집하지 않았다. 넷째 무아(毋我):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가르침을 베풀었는데 그 내용이 ‘중(中)’이었다. 중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의지하지 않아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선거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떤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철학부재를 심감하게 되기도 하고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행동도 하는 멍청한 후보자도 있다. 좀 더 공부가 되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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