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바라이 호수에서 만난 소녀
캄보디아 바라이 호수에서 만난 소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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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강사
작년 12월 16일에 부산을 출발하여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 앙코르 왓트를 최종 목적으로 하는 연구실 제3차 건축 답사가 있었다. 처음으로 내딛는 베트남에서는 하롱베이로 가는 기대감보다도 길거리의 풍경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근본적인 화가의 직업본능에 가깝다 할 수가 있겠다. 처음부터 하롱베이 보다는 길거리나 평범한 일상을 보고 카메라에 담아 오고자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항에서부터 가고자 했던 그곳까지에는 낯설지 않은 많은 글자들과 광고판들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삼성, 엘지, 현대 등과 중소기업의 간판들… , 이러한 현상들은 길거리가 아니라 곳곳에서도 볼 수가 있었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을 빌려 화면에서 사람들만을 지운다면 한국의 어느 한 곳을 옮겨 놓은 듯하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기질은 한국 사람들과 비교 했을 때 유사한 성향과 감수성을 가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제2의 한국 같은 베트남을 뒤로하고 캄보디아 씨엠립에 도착하고 보니 공황부터 무척 인상적이다. 열대지방의 풍부한 나무들로 치장한 공항은 철근 콘크리트로 치장한 여느 공황보다도 아름답기만 하다. 같이 간 일행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아~~하고 함성을 지른다. 그리고 카메라 찾아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만다. 그렇게 시작한 캄보디아의 일정은 며칠 내내 많은 영향을 주었다. 첫인상은 연애할 때의 첫 만남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공항의 시설과 환경이 중요 한가 보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2008년 기준으로 GNP가 739달러에 밖에 안 되는 국가로서 농업, 어업, 임업이 주된 산업이며 현재는 관광수입이 빨리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나에게는 크메르루즈 군에 의한 국민 1/3의 목숨을 앗아간 킬링필드라는 이미지가 전부인 국가였다. 이유 없이 학살된 지식층과 국민들을 추모하는 사원에서의 사진과 유골들의 모습은 지금도 꿈속에서 조차 떠나질 않는다. 현재 캄보디아의 주민 비율은 크메르족이 90%이며 베트남과 중국이 극소수를 이루고 있고 크메르어가 공식 언어다. 국가 투명도 지수에서는 163개국 중 151위를 차지하는 동남아 3대 부패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모두는 통계상의 수치 일뿐 실상은 꼭 그렇지만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뇌리는 서서히 앙코르 왓트의 아름다운 석조 건물과 잔잔한 미소로 맞이하던 어린이들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캄보디아의 영유아들의 모습을 보면 다른 동남아 국가의 영유아들 보다 체형이나 발육이 왜소하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본래 태어날 때부터 신체가 작았는지 아니면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영양상태가 부족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단 하나 다른 점은 어린이들의 표정이 너무 해맑다는 것이다. 누구나 쳐다보면 거부감 없이 웃는다. 안타까운 모습은 소득이 많이 낮은 이유로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뛰어다니는 것과 바구니 행상들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 무더운 날 서서 있기만 해도 땀이 뻘뻘 흐르는데도 관광객 모습만 보이면 우르르 몰려든다. 행여 누군가가 들고 다니는 엽서나 기념품 하나라도 사기만 하면 더욱 더 몰려든다. 친구 물건을 하나 샀으니 내 것도 하나 사 주라는 간절한 눈빛이다. 가져간 1, 2달러 지폐는 곧 동이 나고 만다. 얼굴 표정만으로는 과거의 고통과 슬픔은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귀엽기만 하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이야기 하라고 하면 주저 없이 ‘바라이 호수에서 만난 소년, 소녀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여운 소년, 소녀들의 환한 모습과 미소는 영원히 잊어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선하고 해맑으며 어딘가 우수에 어린 듯한 눈망울도 너무 좋다. 그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인근 호숫가 주변에 몰려 사는 농가들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늘도 바라이 호숫가에서 만났던 소녀들의 모습이 살며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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