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의 여행길
자연으로의 여행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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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바라보는 산과 강은 아직 진갈색 어두운 모습이지만, 우수 경칩이 지나면서 오감을 통해 느끼는 기운은 연초록이다.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주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은 계절마다 나름대로의 운치와 멋을 지니고 있지만 봄이 주는 감흥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해 준다. 아마도 자연의 연초록 새 생명 때문이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시는 시민들의 건강과 문화생활의 향유를 위해 많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상생활 반경 내에 있는 망진산, 비봉산, 선학산, 석갑산, 숙호산, 가좌산 등 늘 그 이름을 들어 왔던 친숙하고 정겨운 산에 일찍부터 깨끗하고 안전한 등산로를 정비하고 편리한 체육시설을 갖추어 두었다. 뿐만 아니라 가좌주공아파트, 하대녹지지대, 가마못공원, 칠암어린이공원, 중앙고옆 어린이공원, 신안녹지대, 강주연못 공원, 나불천 복개지변, 공단녹지대 등이 조성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봄이 되면서 겨울동안 다소 꺼렸던 시민들도 가벼운 복장으로 산을 찾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하루 일과 중 잠시 시간을 내어 공원을 산책하기도 한다. 아침 저녁 찬바람에 앙상한 나뭇가지만을 생각했지만 이미 산과 공원 볕 좋은 곳에는 성급한 야생매화가 꽃을 피운 채 시민들의 눈길을 곱게 받고 있다. 산수유, 진달래도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새순을 가지마다 내밀고 있다. 계절은 언제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와 조용히 사람의 눈길을 기다린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에게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라고 여길테지만….

이 포근한 봄날을 시샘할 추위가 한 두번 오겠지만 그렇다하여 꽃망울과 새순이 그 시샘에 주눅이 들리 없을 것이다. 봄에 참 잘 어울리는 여행은 자연으로의 여행이다. 지리산과 남해 한려수도가 있지만 간단히 문밖을 나서면 일찍 도착해 겸손하게 기다리는 봄을 만날 수 있다. 도보로 몇십분 거리의 인근 산은 물론, 가까운 공원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결코 한 순간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 자연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꽃나무만 바라보지 말고 그 나무 아래, 산책로 가장자리 양지 바른 곳에는 반드시 연초록 새순이 봄바람을 한가롭게 즐기고 있다. 토끼풀은 일찍부터 마른 풀숲 사이에서 초록빛으로 빛나고 개불알풀꽃은 오가는 사람들의 숱한 발길에 밟히면서도 벌써 자줏빛 꽃을 눈부시게 피우고 있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결코 눈에 띄지 않을 봄맞이 꽃, 별꽃, 민들레는 지천에서 만날 수 있고 산길 숲에선 어쩌면 노루귀를 만날지 모른다. 꽃만이 전부는 아니다. 새순의 모습도 경이롭다. 수선화, 상사화, 원추리 등 겹으로 가지런히 솟아 오른 새순은 서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몸을 낮추고 들여다 봐야 제 맛이다. 부드러운 회색빛 쑥이 손톱만큼이나 올라왔고 다육이 같이 살찐 돗나물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난 가을 화려한 모습을 뽐내던 국화의 마른 가지 아래에도 탐스러운 새순이 정신없이 돋아나고 있다. 3월 봄날에 자연으로의 여행길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름을 모르면 잡초이고 그래서 신발아래 밟힌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지만, 이름을 알면 화초가 되어 따사로운 눈길을 주게 되고 행복감을 답례로 돌려 받게 된다.

고은 시인이 쓴 아주 짧은 시 한편.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짧지만 누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함축적 힘이 대단한 시이다. 가볍게 떠나는 자연여행길에도 잘 어울리는 시. 조용히 읊조리면서 가까운 산과 공원을 찾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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