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51-행여 지리산에 집을 구하시려거든
도민칼럼-지리산향기51-행여 지리산에 집을 구하시려거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09 18:5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행-행여 지리산에 집을 구하시려거든


하늘과 땅의 일은 하늘과 땅만이 알아서 꽃축제처럼 행사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는 일은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하고 말았다. 하늘도 참 야속하시지. 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지리산행복학교 한옥짓기반 수업은 죽은 소나무를 베는 심금제부터 시작하는데 바람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을 졸이며 다음에 하느냐 마느냐로 교사인 도편수 김민성 선생님이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먹고 전기톱으로 밑등을 치니 딱 그순간, 바람이 멈추고 사람들이 없는 방향으로 나무가 쓰러져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동안 카누반 수업도 하고 산속을 헤집고 다니는 산야초반 풍경사진반 등등 심지어 위험한 장비를 다루는 수업을 했어도 큰 탈 없이 지내온 것은 모든 교사들이 사심 없이 나눔의 실천을 해주셔서 그랬다는 생각이 깊게 드는 지난 주말이었다.

꽃을 보러, 수업을 하러 사람들이 찾아오면 우리에게 레퍼토리처럼 하는 말이 있다. 여기 빈집 없느냐고 홈쇼핑에서 물건을 고르듯 시골집은 일년 년봉 정도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쉽게도 빈집은 늘어나나 파는 집은 없고 땅은 있으나 본인들이 원하는 반듯하고 딱 필요한 만큼의 땅은 팔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리산자락의 집이나 땅은 우리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땅이나 집이 우리를 선택하는 게 아닐까? 땅이나 집은 우리가 사는 동안 그 권리를 인정해 준다하여 등기권리증이라 하지 등기소유증이 아닌데 우리는 영원히 소유하는 것을 꿈꾸나 보다. 그러고 보면 말년을 우리와 보내고 싶은 딱 한가지 마음으로 단 두 번 다녀간 후 미국에서 건너와 부부송이 보이는 구제봉 자락에 집을 지은 박학수 선생님은 지리산이 자리를 내어준 것인지도 모른다. 집이나 땅을 투자 가치로만 보았다면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인생을 걸고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다면 집 구해달라는 빈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원규 시인의 시를 한편 빌려 마음을 전한다.

입산자의 노래
-빈집을 찾는 후배에게

함부로 도를 묻지 마라
온몸이 상처인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기에 빠지지도 말며
무릉도원 청학동을 찾아 헤매지도 마라
백태의 눈으로 천부경 삼일신고를 새기지 말고
명심하라 명산에 도인 없다 애시당초
진인은 사라지고 삼신산에는 사기꾼들만
살모사 살모사처럼 똬리를 트는 법
밤새 동의보감 본초강목 한글본을 읽으며
함부로 약초를 구하거나 처방을 내리지 마라
진정 네 업이 아니면 사기다
이제마의 사상의학 몇 줄에 기대어
툭하면 체질을 분별하거나 함부로
뜸과 부항을 뜨고 침을 놓지 마라
조금 아는 것이 사기다 정감록을
노래하지 말고 살아보지도 않고 풍수를 논하거나
도참비기를 꿈꾸지 마라 잘 모르면 사기다
기분에 따라 비운의 빨치산을 노래하고
머리로만 생태주의를 꿈꾸지 마라
살다보면 너무 많이 알아도 사기다
잘 못 고르면 지리산 녹차도 독이듯이
사기 천지 지리산에서 사기꾼을 면하려면
먼저 귀를 막아라 입을 꿰매어라
날마다 일찍 일어나 거울 속
자꾸 꺼칠해지는 너의 얼굴을 보아라
한동안 몸이 상하지 않으면 그것도 사기다
또 하루 살아남은 자신을 바라보며
마치 초상을 치르듯 천도재를 지내듯
날마다 거울 속으로 절을 하며 또 하루를 시작하라
최소한의 텃밭에 푸성귀나 가꾸며
내리 삼 년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절대로 굶어죽지 않으니
그저 산짐승처럼 지리산에 몸을 맞추어라
빈집을 구하는 아우야
전설 속의 청학동은 많이 상한 네 몸 속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