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봄의 향기
칼럼-봄의 향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12 18: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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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봄이 오면 나는 뭔가 하고 싶다. 새싹이 돋아 오르는 것처럼 아지랑이가 감도는 것처럼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이 찾다가 찾지 못하는 일, 사람들이 쫓다가 놓치고 있는 일, 그런 일을 찾아 하루 내내 일하고 싶다. 하루 24시간, 그 시간이 동이 나도록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 올리는 심정으로 일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물들고 싶다. 매화 꽃 물들듯이, 산수유 꽃 물들듯이, 천혜의 빛깔 스며나는 봄 골짜기, 아지랑이 품 넒은 데로 물들고 싶다. 만물이 소생하고 봄꽃들이 앞 다투어 개화를 시작하는 봄이 오면 나는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한다. 봄소식을 전해주는 첫 신호는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5년의 분투 끝에 피어난 산세베리아 향기다. 아내가 키우는 많은 화분 식물 중에 유독 오랜 세월을 두고 피었다. 봄소식을 일찍 전해주는 ‘풍년화 꽃’ 물결은 천번만번 흘러간다. 겨울 가뭄 끝에 밤새 내린 비 덕분으로 온 세상이 향기로운 봄의 정원이 되었다. 세상이 시끄럽던 말던 3월이 되니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나이 들어 갈수록 어떻게 겨울이 지나면 봄이 되고 봄이 되면 꽃이 만발하는 자연이 더욱 소중하다. 마른 잔디 위로 삐죽 솟아난 어린 쑥을 뜯는 아내의 모습이 향기롭다. 3월17일 시작한 광양 매화 축제는 다압면 마을이 매화로 뒤덮여 있다. 산청 조식 남명선생 생가와 예담촌에 들려 여러 종류의 매화를 보고, 하동 섬진강을 따라 곳곳에서 수천수만 송이 매화가 구름처럼 피어난 모습은 감탄스럽다. 필자가 하동 도서관장으로 근무할 당시 봄이면 뒷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섬진강과 산을 따라 피어 있는 매화꽃의 전경과 차례대로 피는 벚꽃과 배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강기슭의 사이로 버들강아지가 제일 먼저 은빛 눈을 반짝이며 봄소식을 전한다. 경칩을 지나고 봄을 알리는 촉촉한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싱그러운 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어느덧 나는 검은 머리에 흰서리 내려 마음이 허허롭다.

아무래도 망진산 바위틈에 작은 꽃다지가 먼저 봄소식을 전해 주었다. 봄나물 중에서는 아내가 만들어 준 냉이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향기의 전령사다. 고등학교시절에 양산 통도사 봄 소풍을 가면 홍매화가 만개 하였는데 수령이 약 350년 정도 된다고 설명을 하여 주시던 스님도 생각이 난다. 저 나무 한그루에 피어나는 홍매화의 자태가 보통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을 따 자장매라고도 불리기도 하였다. 칙칙한 겨울을 보내다 산뜻한 봄 색깔을 보니 덩달아 기분까지 좋아진다. 사찰의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홍매화의 풍경, 역시 봄은 여자의 계절인가 보다. 홍매화 옆에는 하얀 매화꽃도 피어 있다. 우리 집 베란다의 사계절을 아내가 키우는 화분의 꽃들을 감상하면서 초보를 위한 꽃 이름 알기 300종의 책을 보면서 설명을 한다. 장미꽃 종류와 우리나라 야생화 종류, 난을 키울 때 중요한 5가지 등 식물들을 키우는 것은 까다롭다. 물을 가끔 적게 주는 것, 난에도 충분한 영향이 필요하다. 예쁜 꽃을 피우려면 통풍과 햇빛을 쬐이는 창가가 좋다. 그리고 온도가 맞아야 한다. 많은 꽃들이 피고 지면서 새 잎과 꽃이 나올 때에 보기가 좋다. 색깔의 조화와 기풍이 있고 건강한 잎, 플라스틱을 재활용 하면서 난에 통풍이 잘 되려고 구멍을 냈다. 식물은 배워서 잘 관리를 해서 키워야 된다. 서양 란의 분갈이 관리, 물주기 조절, 햇빛 조절, 군자란 때는 놓쳐도 개나리는 놓치지 말자! 지리산의 철쭉은 봄의 완성으로 볼 수 있다. 공직 퇴직 전에는 사계절에 꼭 한 번씩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 10경을 헤매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지나면서 사업일로 산에 가 본지가 꽤 오래 된 것 같다. 천왕봉 일출, 노고단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봉 일몰, 벽소령 밝은 달, 쌍계사 불일폭포, 세석공원 철쭉, 연하봉 선경, 칠성계곡 섬진강 푸른 물 생각 하면 좋은 추억들이 많다. 오늘은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 봄바람에 잔설이 다 녹았는지 자연의 선물 야생화도 꽃필 채비를 하는지 궁금하고 매화 축제도 볼 겸 소풍에 나섰다. 봄 앞에서 선 나는 하동의 갈림 길에서 생각에 젖었다. 매화 꽃 구경을 하고, 광양으로 건너가 순천 벌교로 나갈 것인가? 구례 곡성으로 내쳐 가다가 남원 방향으로 틀 것인가? 아니다 구례읍에서 서시천을 건너 화엄사 쪽 우로 향하면서 ‘민족 영산 지리산’을 알리는 글귀를 볼 것인가? 곡성으로 내쳐 가다가 남원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다 순천 가서 여수로 마음 돌리고, 바다 질펀한데 바라보며 오동도 동백꽃이나 어루만져 볼 것인가? 어느, 쪽이든 다 가서 끝이나 깊이를 관상한다는, 시간의 허락이 필요한 때문이다. 지리산 곳곳에서 푸른색을 틔우고 있는 것들과 4월과 5월의 꽃들은 저마다 자랑 할 시간이 다가왔다. 분홍 빛 일렁이는 십리 벚꽃 길, 450년 老木가지마다 피워낸 매화 향기 그리고 자연의 소리 등 봄의 향기는 “하늘이 울리려 해도 울지 않는 지리산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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