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유민주주의
시론-자유민주주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17 18:3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화/논설위원

정민화/논설위원-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 ‘험지’에 출마해 이 한몸 헌신하겠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위배된다”,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다” 등 이런 말들은 촛불혁명 이후 줄곧 언론을 장식하며 자주 등장하는 말들이다. 또한 극우 집회에서도 자주 들리는 구호가 되었으며 야당측 인사들과 보수우파 지지층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용어이다. 민주주의면 민주주의지 자유민주주의는 뭔가?”

대체 자유 민주주의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걸핏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외친다 말인가?

자유민주주의란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론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북한을 들 수 있다. 북한 역시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이들은 인민 민주주의를 표방하므로 자유민주주의와 차이를 두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논쟁이 있지만 쉽게 결론지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고 자유주의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한다. 하지만 자유주의의 개인은 ‘프리(Free)’가 아니라 ‘리버럴(Liberal)’이다. 즉 자유주의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보다도 자유를 한층 더 강조한 것이다. 17-18세기 노동자들이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자 수적으로 열세였던 자본가들이 평등보다는 자유를 강조하게 된다. 즉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다. 자유와 평등 중 자본가는 자유를 강조하고 노동자 즉 사회 하층계급은 평등을 강조한다. 사회복지가 발전한 이유도 노동자들의 폭력을 막기 위해, 그들을 달래기 위해 출발했다.

보수, 우파측에서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인 시장경제 원리를 지켜서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부를 지킬 수 있는 방패, 그것이 바로 자유로운 시장경제원리 즉 자본주의이고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속에 이미 자유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 자체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개인의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따라서 이 둘은 사실상 동의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평등’의 개념이 보다 약하므로 엄밀히 따지면, 좁은 의미의 민주주의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적 수사로 또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좌파가 집권하면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북한식 인민민주주의가 득세할 것이란 정치공작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회가 존재하는 이상 불가능하고 대한민국은 엄연히 삼권분립이 존재하는 공화정 국가다. 좌, 우 어느 한쪽에 의해 무너질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측은 아이러니 하게도 개인의 권리와 인권에는 별로다. 그들이 중시하는 자유는 경제적 자유이며, 빈부격차 해소에는 관심이 덜하다. 경제적 자유는 대기업중심사고이며, 빈민구제보다 세금완화와 부의 상속을 쉽게 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자유에 주로 관심이 있다. 때문에 복지는 세금 퍼주기며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좌파를 견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한다고 하면서 국가주도의 사회주의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정권을 옹호, 추종하는 것도 모순된다.

국가주도 경제성장은 자유주의와는 상반된다. 좌, 우의 이러한 장단점 때문에 좌파, 우파의 정권이 번갈아 교체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자유민주주의는 진실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보다 좌파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 대부분은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Liberal’이 아닌 ‘Free’로 받아들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왜곡하여 사용해 왔다. ‘자유’라는 포장지가 좋아 상품가치가 올라가면서 마치 상대측은 자유가 없는 것처럼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되어 동화되기 쉽기에 자주 사용하는 듯하다.

명확하게 선을 긋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정도로 풀어서 써야한다.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다르듯이 대한민국은 이미 민주주의 국가임과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당당히 의회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으며 삼권분립이 명확하고 국민투표에 의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한다느니, 지켜야 한다느니 하면서 당장 나라가 전복될 것처럼 위기감을 왜곡 시키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는 곤란하다. 선진국들처럼 어느 정도의 사회적 조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수우파의 이념을 주장하더라도 우리가 피땀 흘리며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가볍게 여겨지고, 폄훼되지 않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