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배우는 자는 초승달과 같아야 한다
칼럼-배우는 자는 초승달과 같아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23 18:5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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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배우는 자는 초승달과 같아야 한다


달 종류에는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초승달, 상현달이 있는데, 불교에서는 달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달이 일천 강에 비치리’,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은 비유도 유명하고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손가락을 본다’와 같은 비유도 있다. 이러한 비유 말고도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초승달과 그믐달이다. 초승달은 보름달을 향해 가는 출발점에 놓인 달이고, 그믐달은 사그라져 가는 달을 가리킨다. 본래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구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달은 그대로 달일 뿐이다. 하지만 23.5°기울어져 돌고 있는 지구는 유우리에게 다양한 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덕분에 인간에게 달은 무한한 상상력의 근원이 되어, 무수한 문학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안반품〉에 보면, 그믐으로 향하는 달과 보름으로 향하는 초승달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그 중 초승달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에게 탐욕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 또한 다하면 그에게 선함은 점차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마치 달이 차는 것처럼.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마땅히 초승달처럼 배워야 합니다’ 부처님의 이 가르침은 선한 벗과 나쁜 벗에 대한 내용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 본 책 가운데 벗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 적이 있다. 그때는 선한 벗이 없으면 차라리 홀로 가라는 의미를 숲속에 사는 코끼리에 비유했다. 하지만 이번 비유는 달에 비유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선한 벗(善知識)과 사귀면 어떠한 이로움이 있는지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선한 벗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믿음·계율·법을 들음·보시·지계(持戒)가 더욱 늘어나고, 더욱 늘어남에 따라 목숨이 다한 뒤에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한 벗에게 다가가는 것을 마치 달이 보름달을 향해 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내 주변에 선한 벗이 있으면, 해탈을 얻지 못하더라도 바른 견해를 갖게 된다. 바른 견해를 갖게 되면 바른 윤리적 행위를 하게 되고, 그것을 씨앗으로 바른 삼매(三昧)를 얻고 해탈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악한 벗(惡知識)과 가까이 하면, 나쁜 견해를 갖게 되어 비윤리적 행위를 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견해(惡見)를 갖게 된다. 그 결과는 직접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이것을 ‘선한 일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믐날이 되면 달빛은 자취를 감추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다. 선한 일이 줄어들면 우리의 삶도 역시 암담한 처지에 놓이게 됨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부처님은 선한 벗과 악한 벗을 각각 보름과 그믐에 비유하고 계신다. 이렇듯 벗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을 바르게 가꾸어 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벗이 진정한 벗인지 알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배워야 한다. 이 초승달은 시간이 가면 보름달로 커지게 된다. 인생의 공부도 유치원에서부터 생이 다 할 때 까지 끈을 놓지 말고 계속해서 갈고 닦으면서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일천이백 여 년 전 달을 노래한 이태백의 달빛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신다는 月下獨酌(월하독작)의 시 한 수가 감동을 주고 있다. ‘꽃 넝쿨사이에 술 한 동이. 따라주는 친구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 들어 밝은 달에게도 권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 되었구나. 달이야 술 마실 줄 모르거늘. 그림자만 부질없이 날 따라 다닌다. 잠시 달과 그림자 벗되어. 이 봄이 가기 전에 즐겨나 볼까. 내 노래 소리에 밝은 달 서성이고. 내 춤 그림자 어지러워 일렁인다. 취하기 전 우리 함께 즐거움 나눴지만. 취한 후엔 각기 흩어져 헤어질지니. 주고받은 정 없어도 맺은 인연 영원하여. 아득한 은하수에서 다시 보겠네!’ 달은 ‘진리’를 상징한다. 오늘이 음 9일 초승달이 하늘에 떠 있기에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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