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북한 통일에 대한 엉뚱한 생각
시론-남북한 통일에 대한 엉뚱한 생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02 18:5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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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남북한 통일에 대한 엉뚱한 생각


며칠 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제재나 방해도 없이 뚜벅뚜벅 남북의 경계선을 넘어와서 우리의 대통령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다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월북(?)도 하였다. 생각지 못한 뜻밖의 행동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이 퍼포먼스가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남북의 경계선이나 휴전선도 최고 결정권자들이나 주변국의 간섭과 불신 등으로 그어진 선이고 보면 마음먹기에 따라 다시 지울 수도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의 말처럼 얼마 걸어오지 않아도 넘을 수 있는 이 길을 수십 년 동안 넘지 못하고 분쟁의 상태에서 오랜 세월을 서로 대치했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직접 보고 느꼈으리라 생각 된다.

배석자나 통역관이 필요지 않았던 도보 다리에서 두 정상 간의 긴 대화는 하이라이트 영상 중에 으뜸이었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목가적 풍경과 함께 새소리였지만 대통령과 위원장 사이의 긴장감은 보이지 않고 진지함과 무언가 합심해서 잘 해 보자는 모습들이 클로즈 업(Close-up) 되어 눈에 들어 왔다. 만찬장에서의 일면을 보면 김 위원장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술잔을 건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저런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는 일인지 눈을 의심 했고 김여정 부부장 또한 문 대통령께 술잔을 건하는 모습을 상상도 해 보지 않았다. 물론 두 정상 간의 만남의 일등 공신이라면 김여정을 뺄 수는 없지만 너무 파격적인 행보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남매(男妹)의 놀라운 변신을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대로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로 말미암아 서로 온도 차이는 있겠으나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고 변하지 않았던가.

이제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으로 올해는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 협정’으로 전환 한다고 하였고 ‘핵 없는 한반도’와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는 불가침 합의’를 하였으니 믿어 보자. 세계가 볼 수 있게 생방송을 하였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거니와 믿지 못한다고 외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지 않은가.

끊어진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여 러시아의 자원을 쉽게 운반하고 그길로 또 유럽까지 여행을 해보는 것도 괜찮고 그로인해 남과 북에는 알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겨 서로 이득이 될 것이다. 안정된 한반도를 위해서는 비무장 지대를 평화지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상황을 대처하고 상호 믿음이 생기면 군축도 나쁘지는 않다. 모처럼 북한 정권이 마음먹고 경제도 살리고 국제 사회에 정상 국가로 나아가겠다고 한다면 급격한 변화 보다는 그들 정권이 연착륙을 잘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도와주는 것도 좋다.

북한 체제유지와 개혁개방, 경제 발전 사이에 있어서 상충되는 딜레마는 주민들이 아니라 상위 1%의 엘리트층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의해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도 이들의 도움이 절실 하지만 맨입으로 계속 따라 오라고 해도 곧 한계에 도달 할 수가 있다. 물론 남북이 통일된 하나의 국가가 된다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일들이 있겠지만 모두가 다 힘든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좋은 일들도 많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이들 지배 계층들이 딴마음으로 딴 짓을 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와 국회가 꾸준한 관리와 도움을 줘야 할 것이나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난감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남북 모두 셈법이 다르고 섣불리 엉뚱한 얘기 같은 진담을 하기에도 그다지 친분과 신뢰가 형성 되어 있지도 않다. 그래서 통일된 독일에서의 예를 보면 5년(1990~1994) 동안 지출한 통일기금이 1607억 마르크 이고 이를 다시 나누면 한해 지출한 금액은 당시 환율로 한국 돈 16조 정도가 되는 셈이다. 작년(2017) 대한민국 국방비를 보면 40조 3347억 이니 약 1/3정도 가 되는데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은 불가침 합의’를 지킨다면 우리 정부도 합당한 용도로 북한 당국과 주민들에게 통일 기금을 못 쓸 리가 없다.

하지만, 통일 기금이 확실하고 투명하게 사용 되어야 하고 매년 사용된 용도를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에 결산 보고 형식이든 감사 형식이든 어떤 과정은 꼭 거쳐야 하겠다. 그것이 불편하면 우리 정부가 직접 당사들에게 연금이나 월급으로 직접 건네주는 방식도 괜찮으나 서로가 충분하고도 긴 신뢰가 먼저 형성 되어야 자존심도 상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이 ‘상호주의’를 주장 한다면 우리는 ‘달러’ 지급을 북한은 ‘북한 돈’ 지급으로 서로 상호 주의를 지켜 주면 될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남한에서 북한 돈을 쓸 수가 없지만 상호주의에 입각한 서로 거래 형식은 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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