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숙성
진주성-숙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07 18: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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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숙성


가끔 간단한 찬거리 사러 할인 매장에 들리다보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늘 막걸리 코너와 와인이 진열된 곳에 자연스레 발길이 머물러 있다.

막걸리는 가능한 제조일로부터 오래 된 막걸리를 고르고 있고 와인은 할인이 많은 것으로 골라 담는다.

유통기간에 따라 막걸리는 맛이 늘 변하기 때문에 마개를 오픈하기 전부터 어떤 맛이 날까 기대감으로 신혼 첫날밤처럼 설레고 긴장된다. 와인 역시 기대이상의 맛을 느끼게 되면 그 맛과 향을 이야기하느라 흥분을 감출 수 없다가도 바닥이 드러날 때쯤 소주 한 잔량은 꼭 남겨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한 번 더 맛과 향을 보게 된다.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은 다음날 아침에 맛을 보면 맛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앞날 저녁 괜찮은 와인이라고 마셨다가 실망했다 아침에 맛을 보면 훌륭하게 맛과 향이 피어오르는 것을 경험하고는 급히 마신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좋은 재료로 만든 막걸리나 와인은 그냥 마셔도 좋겠지만 숙성이라는 양념을 넣게 되면 그 맛은 더욱 부드럽고 향기로워진다.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인덕과 부드러움이 베여있는 사람으로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모가 나고 사람관계가 멀어지면서 갑질을 통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이도 있다.

시간은 사람이나 자연이나 숙성을 통해 깊이가 있을 수 있게도 하고 때론 숙성이 아닌 식초처럼 부패할 수도 있다.

늘 마시는 커피나 차도 다를 바가 없다.

열흘 지난 커피 원두가 있다면 내려 마셔 보자.

단언컨대 갓 로스팅한 커피보다 더 부드럽고 편안한 커피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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