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회활동가 박홍서씨의 ‘독서 이야기’
장애인 사회활동가 박홍서씨의 ‘독서 이야기’
  • 윤다정기자
  • 승인 2018.05.13 19:04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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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 딛고 장애인 봉사의 삶 살게된 계기는 ‘독서’

‘휠체어 북코치의 삶을 바꾼 독서 이야기’로 묶어 출간


▲ ‘휠체어 북코치의 삶을 바꾼 독서 이야기’ 출판 기념회 북포럼이 지난 11일 오후 2시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책은 나의 스승입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

희망과 용기를 전도하는 장애인 사회활동가 박홍서(53) 씨가 본인의 이름을 단독으로 내걸고 첫 책을 펴냈다. 지난달 출간된 ‘휠체어 북코치의 삶을 바꾼 독서 이야기’(지식공감, 256쪽, 1만5000원)가 바로 그것이다. 박 씨는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박홍서 씨는 2016년부터 현재 장애인활동가 정보메신저로 활동하고 있다. 재활병원에 있는 초기 또는 장기 입원 척수손상 환자를 찾아가 다양한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경상남도척수장애인협회 수석부회장, 경상남도척수장애인협회 진주시 지회장, 진주시장애인탁구협회 초대회장, 경상남도장애인탁구협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는 그는, 사지마비 1급 척수장애인이다. 2000년 12월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당시 종합병원 원무계장으로 일하던 그는 알코올 중독 환자를 이송해 오는 길이었다. 승용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일어났고, 당시 앰뷸런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그는 그 사고로 목뼈가 부러지고 중추신경이 끊어져 사지마비 중도장애인이 됐다.

“병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인지 저는 장애 수용이 빨랐어요. 사고 났을 때 바로 알았으니까요. 척수가 한 번 손상되면 완치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아,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 구나’ 하고 인지했죠. 그래서 입원 기간도 평균보다 짧았고, 집으로 돌아와 곧 사회활동을 시작했죠.”

1년간 재활치료를 받고 나서는 일상으로 돌아와 장애인 권익 향상과 장애인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썼다. 지역사회 척수장애인 모임인 ‘푸른 날개’에 가입해 리더로 활동했으며 그 모임을 활성화시켜 지금의 경남척수장애인협회와 진주지회를 창립했다. 경남장애인탁구협회와 진주시장애인탁구협회를 창립해 진주시장배전국장애인탁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장애인스포츠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남들보다 장애 인식이 빨랐다곤 하지만,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엄청 힘들었습니다. 부정하고 분노하고 우울하고 그러다 수용하고 타협하는 등 그런 과정을 저는 많이 거치지를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제 가족이 ‘무슨 저런 사람이 있나, 너무 담담해 보인다’ 할 정도였죠. 그걸 터뜨리질 못하니 뒤늦게 힘들어 했습니다. 가족 역시 견디기 힘들어 했고요. 그 과정을 6개월 정도 보냈죠. 그러다 제가 밖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고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조금 나아졌죠.”

하지만 주식 투자는 그에게 다시 시련을 안겨주었다.

“앞날에 대한 불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섣부르게 주식 투자를 하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빚더미에 앉고 말았지요.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가난이더라고요.”

좌절의 시간이 이어지던 중 어느 날 책 한 권을 접하면서 다시 도약할 힘을 얻었다. 그는 그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책 읽기를 하여 5년 만에 자기계발서, 고전, 소설 등 1500권을 탐독했다. 이대로 삶을 끝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동력이 됐다.

박홍서 씨는 꾸준히 책을 읽으며 배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 다녔다. 동료상담가 교육, 장애인식개선 교육, 스피치 교육, 소통 교육 등 교육이란 교육은 다니면서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의 집에는 수료증이 한가득이라고.

“제가 이렇게 교육을 받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활동가로 활동하게 됐죠.”

그때 얻은 지식과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기록한 책 ‘휠체어 북코치의 삶을 바꾼 독서 이야기’에는 그가 장애인으로 살게 되면서 겪은 경험, 장애를 견디는 일 등 장애인의 삶이 어떠한지 가감 없이 기술돼 있다. 또한 한 사람이 사지마비 장애를 갖게 될 때 한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그려냈다. 주식 투자 이야기도 있다. 주식 투자가 물거품이 되자 종잣돈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트 담보 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을 하다 결국 원금상환 할 돈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결국 우여곡절 끝에 길거리에 나앉는 위기를 면한 사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 읽기가 그에게 가져다준 행복, 남들도 책 읽기를 통해 시야를 넓히고 삶을 주도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신의 경험과 여러 인용을 통해 책으로써 전하고 있다.

“척박한 현실에 자기 삶도 힘든데 책 읽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읽게 되면 견디고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책을 통해 위로받았듯 저 또한 책을 통해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해야 될 몫은, 제가 그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책을 통해 얻었던 지식 등을 나눠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자꾸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런 분들이 많이 보고 힘을 얻길 바랍니다.”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한 자, 한 자 써내려가 탄생한 책. 그 과정에는 책 쓰기 코칭을 기꺼이 해준 출판기획 1인1책 김준호 대표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한결같이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와 아들딸 가족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그다.

박홍서 씨는 앞으로 인문학 특강 등 강의 활동을 많이 할 계획이다. 또한 그는 “김준호 대표는 전국적으로 ‘전 국민이 한 권의 책을 쓰자’는 1인1책 운동을 하시는 분인데, 제가 롤모델로 삼아서 장애인 1인1책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진주를 중심으로 창원 등 경남지역 위주로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휠체어 북코치의 삶을 바꾼 독서 이야기’ 출판 기념회는 지난 11일 오후 2시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강당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대전북포럼이 주관하고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도서출판 지식공감, 1인1책이 후원해 이뤄진 이날 출판 기념회는 해당 책에 관해 포럼 형태로 진행됐다.

허한영 진주시장애인탁구협회장이 사회를 맡고, 박철수 진주시장애인복지관장·박인선 부산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장·염동문 창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박홍서 씨는 이들의 질의에 응했으며, 이후에는 청중들이 질의에 응한 뒤 기념사진 및 사인회를 가졌다. 윤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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