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용맹정진
아침을 열며-용맹정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15 18: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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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용맹정진


어렸을 때부터 용맹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또한 정진이라는 말도 더러더러 들었다. 용맹이라는 말이 떠오르면 자연 이순신이 떠오른다. 또한 강감찬 을지문덕 김유신 조자룡 장비…등, 장군이라는 장군은 다 떠오른다. 그만큼 용맹이라는 말을 좁게 사용했다는 뜻이다. 좁게 사용하긴 정진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정진이라는 말이 생각나면 스님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스님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대충 정신적인 뭔가를 얻기 위해 애쓰는 걸 정진이겠거니 했다. 무지란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해악을 끼친다. 여태 살아 있는 게 가상할 따름이다.

용맹정진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안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제대로 철이 나기 시작한 게 그 뜻을 알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철이 나고 나니 사는 게 괄목할 만하게 나아졌다. 일예로 그 전에는 더러 남에게 돈을 빌려야 되는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빌리지 않아도 생활이 돌아간다. 무엇보다도 생활에 대한 무한한 긍정성과 확신이 생겨서 좋다. 그것은 또한 매순간을 새롭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 매순간을 새롭게 산다는 건 참으로 효과적이기도 하고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충분히 알고 그것으로 산다면 특히 봄이 한창인 요즘엔 돌아서면 꽃이 피고지고 또 돌아서면 잎색이 짙어진다. 굳이 내가 새롭게 살자고 용을 쓰지 않아도 세상은 매순간 새롭게 탄생하고 새롭게 꽃피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사람만이 돈을 벌고 그것을 끌어 모으고 움켜쥐는 그 한 가지 일에 올 인하여 세상이 얼마나 풍성하고 변화무쌍한지 잊어버렸다.

용맹정진이라는 말에서 용은 말대로 용기를 내는 걸 말한다. 좀 더 자세히 하자면 시작으로서의 용기다. 어떤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이다. 시작이 반이라곤 하지만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게 맹이다. 즉 지혜다. 모처럼 어려운 일을 시작했다면 젖먹던 지혜까지 발현해서 성공해야 한다. 정은 참으로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말한다. 어려운 일에 용기를 내어 지혜롭게 해나가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 즉 자기 자신을 믿는 굳은 확신이다. 마지막 진은 앞의 세 가지를 계속 이어가는 추진력이다.

진짜 기가 막히지 않은가. 더 기막힌 건 내 밖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오직 내 안에서, 스스로 작동 시켜야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삶의 진실을 알고 어찌 철이 들지 않을 수가 있는가 말이다. 어찌 사는 게 신명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삶이 용맹정진이고 따라서 삶은 그것 자체로 신명나는 것이다. 아니, 신명 그 자체인 것이다. 살아있으니 신명이다. 살아있다는 건 뭔가를 한다는 것이다. 뭔가를 하기 위해선 용기를 내야 한다. 아자! 할 수 있다고 사자후해서 어떤 일을 시작했다면 내 밖의 누가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다. 내가 시작했으니까!

내가 내 밖에서 도움을 구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성공하고 승리해내는 일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삶이 최고의 삶이다. 가장 성공한 삶이다. 부처가 그렇게 산 위인이고 예수가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 이타성의 괴적으로 우리 속에 위대한 신이 되어 영원히 살고 있다. 우리도 그리 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어찌 삶이 희열이 아닐 수 있겠는가. 예수처럼 부처럼 그토록 위대한 신이 아니라도 괜찮다. 내가 이승의 삶을 마치고 나의 친지들이 살아생전의 나의 괴적을 추억하며 위로받으며 용기를 낸다면, 용맹정진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인생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이 인생이 가장 소중하다. 지금의 이 순간의 삶이 미래를 결정하고 과거마저도 바꿀 수 있다. 멋있게 사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저 사람은 전생에 죄 없이 잘 산 사람이라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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