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칼럼-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17 19:4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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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연구교수
 

이경미/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연구교수-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과 합동으로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이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단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다양한 공청회를 통해 도시부 도로와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각각 50km/h, 30km/h로 낮추고자 하고 있다. 관련 법령(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의 개정에 따라 도로의 속도 하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취지 자체에 동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 중심의 도로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교통사고와 사고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킨다, 모두가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다 보면 50km/h와 30km/h는 굉장히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미 심각한 도로의 교통체증 문제를 더 가중시킨다는 반대의견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속도 하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차량 속도가 시속 60km일 때 충돌 시 보행자의 중상가능성은 92.6%이다. 시속 50km/h일 때는 72.7%로 약 20% 감소한다. 시속 10km/h의 감소만으로도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시속 30km에서는 중상 가능성이 15.4%까지 대폭 감소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 보호구역 등에 시속 30km의 제한속도를 적용하는 이유다. 해외에서 적용된 사례 또한 다양하다. 덴마크에서는 실제로 도로의 제한속도를 60km/h에서 50km/h로 하향시킨 뒤 사망사고가 24%, 부상사고가 9% 감소하였다. 또한 독일에서는 전체 교통사고가 20%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 외 다양한 선진국에서 도시부 도로의 속도를 50km/h로 하향·제한하여 교통사고의 심각성과 그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존재한다.

차량 속도의 제한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작년 한 해 전국 보행자 사망사고 1765건 중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는 562건으로, 33.6%를 차지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차량의 속도를 제한하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여도 보행 문화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고는 줄어들 수 없을 것이다.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의 도로는 차량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 중심,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량의 속도를 줄여보자. 도로 위의 다양한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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