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
기고-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20 18: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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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


내일(5월 22일)은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날이다. 전국 사찰은 물론이고 거리마다 연등이 내걸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 아래서 태어난 석가모니 부처님은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일곱 걸음을 걷고는 ‘하늘 위 아래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고통받는 중생들을 편안케 하리라’는 게(偈)를 외쳤다고 한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번뇌와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아울러 모든 생명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면서 자비의 정신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몸소 가르치기 위함이다.

부처님께서는 어두운 세계에 반야지혜와 같은 등불로 오셨다. 부처님 오신날 연등을 달아 세상을 밝히는 것은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신분의 귀천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에 의해 깨달은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내 마음과 같이 세상을 밝히고자 함이다. 보잘 것 없더라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밝힌 등불 하나는 화려한 등불 수천개 만개를 이기는 셈이다. 연등은 등에 불을 켜 놓음으로써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계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의 공덕을 기려 선업(善業)을 쌓고자 하는 공양의 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보시공덕(布施功德)은 정성으로 하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재물로, 재물이 없으면 몸으로, 몸도 말을 안 들으면 마음으로라도 바치면 되는 것이다.

연등을 다는 것은 헛된 집착 버리고 마음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고 혼란스럽다. 언론에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 내리는 사건사고와 거짓과 비리 의혹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족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가정도 점차 해체되고 있으며 우리 경제발전의 주역인 어르신들은 사회의 중심부에서 멀찌감치 밀려 나면서 소외되고 있다. 물질은 지극히 풍요로워졌는데 정신은 갈수록 타락해 예와 도덕이 완전히 실추돼 버렸다. 인륜과 도덕이 무너지고 망한 세상을 난세니 또는 말세라고 한다. 이 모두가 개인주의와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세태 탓이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가장 중요한 자비 정신이 갈수록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비 정신은 내면 깊이 잠재한 마음을 어렵고 약한 자를 사랑하는 것이며, 자비로 사랑하는 것 또한 권유나 강조가 아니라 조건 없는 나눔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팔정도를 정하시면서 보시를 으뜸으로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보시란 물질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에 고해에서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는 중생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자비와 보시 정신이 사라지는 사회는 각박할 수 밖에 없다. 내 것, 우리가족 것, 우리단체 것만 챙기다 보면 자비와 보시 정신은 기댈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 오신날의 진정한 의미는 이웃을 위한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날이 되어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날이 되도록 나눔의 등불을 밝히는데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부처님은 “나를 위해 등불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불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다”고 했다. 우리 모두 ‘나누고 함께 하며 행복한 마음’을 위해 모든 이웃의 행복을 기원하는 등불을 밝혀 세상의 모든 등불이 행복을 전하는 희망의 빛이 되어야 한다.

중생의 본래 마음은 빛이었으나 그 빛이 가려져 욕심과 분노, 어리석음이 됐다던가. 마음이 어두우면 나쁜 업을 짓고, 밝으면 좋은 업을 짓는다고 했다. 연등 거는 마음으로 조금씩 아집과 욕심을 덜어내다 보면 언젠가는 빛이 들게 될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온 세상에 부처님의 설법이 널리 퍼지고 또한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우리 모두의 가정에 불은(佛恩)이 충만하고 나날이 복된 날 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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