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독서 후 과정
도민칼럼-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독서 후 과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24 20: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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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독서 후 과정


유명 철학자인 키케로는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유할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운 때 위안이 된다”고 말하며 전 세대에 걸친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철학자는 ‘독서만 하고 사고가 없는 사람은 그저 먹기만 하려는 대식가와 같다. 아무리 영양 많고 맛 좋은 음식이라도 위액을 통해 소화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이로움이 없다’라고 하며 독서 후 과정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실제로 독서는 눈으로 하는 수동적인 행동이며 독서 후 쓰기나 토론은 독자의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능동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만 가지고는 독서행동이 다 끝났다고 하기 이르며, 또한 독서 후 쓰기나 토론의 내용은 개인 경험과 사고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조카의 짧지만 솔직한 내용의 독후감을 보고 독서 후 사고의 유연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까봐 토끼가 꾀를 내어 얼음물에 꼬리를 내리게 해 결국 호랑이를 꼼짝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조카는 호랑이가 불쌍하고 꾀를 낸 토끼가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권선징악에 근거한 사고를 넘어서는 내용이었다.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독서의 중요성을 공감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를 장려한다. 그 시기의 독후감은 비평과 특정 기준에 도달해야하는 평가도 없으며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데 초점을 둔다. 또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 또는 내용과 나의 연관성도 중요하게 강조된다.

그러나 중등학교 단계에 이르면 독서는 평가와 더불어 특정한 기준에 이르는 내용에 생각을 맞추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독서의 내용에 대한 나의 생각보다는 일반적 평론에 입각한 독후감이 중요시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이 수시평가에 반영되므로 편안하고 솔직한 표현이 되기 어렵다. 결국 초등학교 이후의 독서는 재미와 호기심 보다 과제와 평가로 연결된다.

대학에서 개설되는 인문교양과목에서도 지식 위주의 철학역사나 나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게 되면 시험을 위해 요약본을 만들어 외우고 조금 지나면 잊어버린다. 즉, 어떤 내용을 읽고 심도 있게 생각해서 토론을 하거나 글로 표현해보는 시간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나와 관련된 것이 없거나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재미도 없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 중 ‘일과 공부로 인한 시간 부족’이 제일 높았고, ‘휴대폰 사용’과 ‘다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독서는 일상생활속의 습관으로 이어지며 독서는 또 다른 독서로 연결된다. 어느 유명 철학자는 ‘시간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공부하지 못한다’라고 하며 독서의 습관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독서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이 중등학교 시절에도 유지되어 습관이 된다면 부족한 시간 틈틈이 우리는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라도 독서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다시 책의 재미에 빠지도록 방법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잣대를 놓고 평가하기 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토론으로 끌어내고 깊이를 더하도록 돕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된다. 지금처럼 독서교육을 상대평가로 한다면 기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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