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해제
사기의 해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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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거리학교 교수
기원전 90년 무렵 이루어진 책으로 중국 고대의 흥망성쇠를 무대로 역사와 인간이라는 주제를 파헤친 사마천의 명저이다. ‘사기’ 전 130권은 본기 12권, 표(表) 10권, 서(書) 8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의 5부로 분류되는데, 단지 연대를 좇아 평면적으로 기록한 편년체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역사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기전체(紀傳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기’는 한(漢)의 사상가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역사서이다. 이 책에는 중국의 전설 시대로부터 하·은·주 왕조, 춘추 전국 시대, 진(秦)에 의한 통일과 해체를 거쳐서 한 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씌어 있다.
이 시대는 사상·사회·경제적으로 인류 역사상 커다란 변동기였다. ‘사기’는 역사를 추적하는 중요한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책은 사마천의 역사관이 생생한 인간의 기록으로 숨 쉬고 있으며 사료로서뿐 아니라 사상·문학서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다. ‘사기’의 기전체 형식은 ‘한서’ 이후 중국 역사에 수용되고 있다. 사마천의 생몰 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원전 2세기로부터 기원전 1세기에 걸쳐 있으며, 한무제(기원전 141~기원전 87) 치하에서 살았던 것은 틀림없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사령(太史令 : 사관의 우두머리)이 되어 역사 편찬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비운의 패장 이릉(李陵)을 변론했기 때문에 궁형-남근을 절단하는 형벌-에 처해지고 만다. 출옥한 후 굴욕을 참으며 역사 편찬 작업에 열중한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는 궁형을 받은 뒤 마음 속 깊이 생각했다. 공자는 여(旅)에서 곤궁을 당해서 역사서 ‘춘추’를 저술했다. 굴원(屈原 : 전국 시대 말기 초(楚)의 왕족)은 추방된 후 ‘이소(離騷)’를 지었다. 좌구명(左丘明)은 실명하고 역사서인 ‘국어’를 펴냈다. 결국 사람은 마음에 움켜쥔 불평불만이 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과거를 말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사기’의 그늘진 어두운 표현, 예민한 통찰, 부조리에 대한 침통한 울분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명언 중 “연작(燕雀)이 어찌 홍곡(鴻鵠)의 뜻을 알리오”는 작은 인물이 큰 인물의 뜻을 알기 어렵다는 뜻으로 홍곡은 큰 기러기와 고니를 말한다. 진(秦)의 압제에 반역한 진승(陳勝)이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시절에 커다란 일을 도맡아 해 동료들로부터 비웃음을 샀을 때 그들에게 했던 대답이다.-진섭세가(陳涉世家)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종자가 다르랴”는 왕, 대신, 대장들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는 똑같은 인간이라고 하는 기개를 나타낸 말로 진승이 궐기했을 때 동료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격려했다.-진섭세가(陳涉世家)

“대행(大行)은 세근(細謹)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큰일을 할 때는 작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혹은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고조 유방(劉邦)과 초(楚)의 항우(項羽)가 대결해 천하를 다툴 때의 일로 진(秦)의 수도인 함양 교외의 홍문(鴻門)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생명의 위험을 느낀 유방은 변소에서 일보는 것처럼 하다가 탈출한다. 그 때 유방이 “항우님에게 인사도 못했는데…”라고 주저하자 부하인 번쾌가 타이른 말이다.-항우본기(項羽本紀)

“도리(桃李)는 말하지 않아도 아래에 저절로 길을 이룬다”는 복숭아와 자두가 말을 하지 않아도, 열매를 얻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길이 만들어진다는 말로 인격자의 밑에는 자연적으로 사람이 모여든다는 뜻이다. 한(漢)의 장군 이광(李廣)을 칭찬하는 말 속에 나온다.-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

“술이 극진하면 어지럽게 되고, 즐거움이 극진하면 슬프게 된다”는 제(齊)의 위왕(威王)에게 벼슬했던 학자 순우곤이 왕으로부터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한 말이다.-골계열전(滑稽列傳)
‘완벽(完璧)’은 완전무결하다는 의미로, 전국 시대 조왕(趙王)의 사자로서 진(秦)으로 향했던 난상여(蘭相如)가 벽(璧 : 고리 모양의 보옥(寶玉))을 무사히 지켜서 사명을 마쳤다는 고사로부터 나온 것이다.-염파난상여열전(廉頗蘭相如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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