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정한 신
칼럼-진정한 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31 18: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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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두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신념체계에서 나온 신이다. 특정지역의 신, 특정민족의 신들이 지금까지 인류의 의식을 지배해왔다. 사실 이런 신들은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의 믿음으로 그 생명을 유지하는 정보의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신은 어떤 특정한 종교의 테두리로 속박하거나 제한할 수 없고 지식이나 관념으로도 묶을 수 없는 신이다. 그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 그 자체이다.

인류의 의식 속에 신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기 훨씬 전부터 이미 존재해왔던 우주와 자연을 작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생명에너지이자 그 에너지의 본체인 타오의 세계이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뇌로 이해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를 주관하는 특정한 존재를 고안해 그것을 신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 그 신은 특정한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무한한 생명에너지의 법칙이다. 그 법칙에는 어떠한 인위적인 의도나 감정, 왜곡이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그냥 에너지 법칙에 따라 무심하게 작용할 뿐이다. 어떤 이는 그 에너지와 법칙을 누가 만들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존재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냥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 그것이 언제부터 존재하기 시작하였냐고 물을 수도 있다.

타오의 세계는 인간이 인식하고 있는 1차원적인 시간개념 그 너머에 있다. 그러니 시작도 끝도 없다. 시작도 끝도 없이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우주의 대 생명력 이것이 바로 타오의 세계이다. 참다운 신은 모습이 없다.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신이 아니다. 왜냐하면 신은 우주와 자연의 생명에너지이자 법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어떠한 이미지나 관념이 아니다. 인간의 뇌 속에 입력되어 신이 된 잘못된 이미지와 관념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할 가장 강력한 우상이다. 참다운 신은 이미지나 관념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신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시작도 끝도 없이 우주의 생명에너지가 작용하고 있는 자연의 모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참다운 신은 감정이 없다. 그동안 많은 종교에서 신은 자신을 믿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축복을 내려주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분노와 저주를 주는 존재로 그려져 왔다. 이것은 신의 진정한 속성이 아니다. 그러한 감정은 인간의 속성일 뿐이다. 종교집단의 이익을 위해 신의 속성을 시기 분노 질투 심지어 저주라는 인간의 유치한 감정수준으로까지 낮아지도록 잘못 조작한 것이다. 진정한 신은 신을 믿는 사람에게는 축복을 주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그런 인격화된 신이 아니다. 신은 인격으로 존재하지 않고 공정한 법칙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펄펄 끓는 물에 손을 집어 넣으면 화상을 입는 것이 법칙이다. 끓는 물에는 손을 집어넣지 않는 것이 법칙을 존중하는 것이지 끓는 물에 손을 넣으면서 화상을 입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참다운 신은 누구를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누구의 섬김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신이 섬김과 영광을 받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완전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참다운 신은 인간이 영광을 돌리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지구를 돌게 하고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해주는 생명에너지의 법칙 그 자체이다.

신은 이미 우주의 모든 곳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다.

만약 신이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닐까 태양은 신을 믿는 사람이던 안 믿는 사람이던 누구에게나 아무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공평하게 빛을 준다. 지구 또한 인간에게 물과 공기를 공급해주지만 그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태양과 지구의 사랑을 느끼고 그 충만한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참다운 지혜는 영혼을 자유롭게 해준다. 그러나 종교 자체가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편협한 종교적인 관습과 교리 때문에 사람들의 영혼이 속박당하고 신성이 어두워질 수 있다. 종교가 진정한 신 우주의 대생명력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서는 안된다. 영혼이 자유로워지려면 그 어떤 집착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종교가 또 다른 집착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도무문이라는 말이 있다. 종교나 철학 예술이라는 형태로 작은 도에 이르는 문은 수없이 많을 수는 있지만 큰 도에 이르는 길에는 특정화된 종교 간판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즉 큰 도에 이르는 데에는 이 종교를 통해서만 구원될 수 있다. 이 사람을 믿어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한계 지어진 틀과 규정이 없다는 뜻이다. 종교를 믿던 안 믿던 상관없이 우주의 생명에너지와 하나 됨으로써 스스로 다다를 수 있는 것이 큰 도, 바로 타오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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