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날파리가 떠다녀요-비문증
한의학 칼럼-날파리가 떠다녀요-비문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03 18:40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날파리가 떠다녀요-비문증


가끔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 가운데 ‘원장님, 밝은 곳을 쳐다볼 때 눈에 날파리나 같은 게 떠다녀요’ 라며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의 눈은 ‘유리체’라는 무색투명한 젤리상의 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유리체는 처음에는 시신경에 강하게 붙어있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시신경과 붙어있던 부분이 일부 떨어지면서 유리체 내를 부유하게 된다. 이것을 ‘후유리체 박리’라고 하며,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은 유리체 내의 혼탁을 일으켜 빛이 망막까지 이르는 경로를 방해하여 그림자를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날파리, 모기 등의 형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를 비문증(飛蚊症)이라고 부르며, 한자어 그대로 모기가 눈앞에 날아다니는 것 같은 증상을 일컫는다.

비문증은 어느 날 갑자기 환자 스스로 밝은 곳을 쳐다보다가 무언가 불편한 점을 느끼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종전에는 중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었으나, 최근에는 20대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추세이다.

비문증에는 때로 선행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다. 망막열공과 망막박리가 그것인데,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이 질환들은 자칫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망막에 구멍이 형성되는 망막열공의 경우 비문증과 더불어 눈앞에 번갯불이 번쩍거리는 광시증이나, 시야가 커튼이 드리워진 듯 가려지는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 또한 망막박리는 시야의 주변부부터 시야결손이 시작되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중심시력까지 저하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따라서 비문증을 진단받았을 경우 먼저 망막검사를 실시하여 선행질환의 여부를 배제하는 것이 최우선순위다.

동의보감의 안화(眼花) 항목에서는, ‘눈에 검은 꽃무늬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것은 간(肝)과 신(腎)이 모두 허한 것이다.’라고 하며 비문증에 대해서 정확히 다루고 있다. 또한, 안혼(眼昏) 항목에서는 ‘늙은이들은 화기(火氣)가 위에 있기 때문에 눈이 침침하게 보인다’라고 하였다. 컴퓨터를 장시간 켜놓으면 본체가 뜨끈뜨끈해지고 CPU의 수명이 짧아지듯이, 과도하게 신경을 집중하거나 눈에 무리를 주게 되면 유리체에 혼탁이 온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한의학에서는 비문증과 안구건조증의 원인을 과로로 보고,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상부의 화를 내리고 안구의 음을 서늘하게 보충해주는 처방을 쓴다.

독자 여러분이 알아두셔야 할 것은, 비문증은 생활에 약간 불편함을 주는 ‘증상’ 일 뿐 건강을 위협할만한 질환이나 병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비문증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너무 당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날 갑자기 비문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대개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유형의 성격일수록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렵기 마련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뇌가 이를 무시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본인이 비문증이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의식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 본인이 눈앞의 날파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