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족자상락(知足者常樂)
칼럼-지족자상락(知足者常樂)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04 20:3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지족자상락(知足者常樂)


현자의 말씀 중에 “재물로 말미암아 힘들어하지 않는 자 누가 있으랴? 항상 행복하게 사는 자 누구랴? 모든 행복과 고통은 여름과 겨울처럼 서로 바뀐다”라는 말이 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악착스러워져야 하고, 모은 돈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돈은 돈 그 자신이 주인일 뿐, 어디에고 매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이란 물꼬를 통해 흘러가는 물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차고 넘치는 물이 결국에는 홍수라는 재앙을 불러오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 돈은 그 자체가 괴물이다. 복(福)은 언제나 화(禍)에 의지하여 일어나고 화는 언제나 복과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꼬여 있는 새끼줄처럼 번갈아 찾아오는 법이다. 복이 어찌 복으로만 영원할 것이며, 화가 어찌 화로만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티벳 현자(賢者)의 말씀 중에는 “복덕이 끝나 가면 나쁜 마음(惡心)이 생기고, 가문의 운이 끝나 가면 나쁜 아들이 생기고, 재산이 끝나 가면 탐욕이 생기고, 목숨이 끝나 가면 죽음의 징표들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땅의 부자들이 모두 인색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경주의 최 부자는 근검과 과욕(寡慾: 욕심이 적음)과 나눔을 통해 재부와 명성을 후대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12대 3백 년을 넘게 지켜온 경주 최 부잣집의 가르침은 이른바 ‘육훈(六訓)’이라는 이름으로 오늘까지 전한다. 첫째, 과거(科擧)를 보되 진사(進士) 이상 벼슬길에 나가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셋째,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이 들었을 때 땅을 사지 마라.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 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미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부자 되기를 꿈꾸는 이들은 그 뜻을 깊이 새겨둘 만한 교훈이다. 윤리적으로 보는 ‘소유’와 ‘무소유’는 반대말이 아니다. ‘소유’는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갖는 것을 뜻하고, ‘무소유’는 자기에게 필요한 이상으로 갖지 않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들이 ‘돈’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읽으면서 아이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맞은편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소유를 말하면서 ‘필요한 만큼’을 보여주거나 가르치지 않는 어른들의 삶이 투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어느 심리학자는 부자를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부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배고픈 부자. 둘째, 자신이 축적한 돈의 크기를 알고 그 규모에 어울리는 삶을 살려고 하는 품격 있는 부자. 셋째, 돈이란 잘 쓰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의 규모보다는 올바른 쓰임에 더 마음을 쓰는 존경 받는 부자. 넷째, 돈이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철없는 부자. 다섯째 돈 가진 사람의 당연한 권리라는 듯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보헤미안 부자. 여섯째, 부의 사회적 책임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부를 축적하는 것에만 신경 쓰며 살아가는 나쁜 부자.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돈을 깨끗한 방법으로 벌지 않았거나 번 돈을 쌓아두기만 한다면 불쌍한 부자나 나쁜 부자가 되고, 그런 부자는 가진 돈이 많은 것과 상관없이 결코 부자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상당한 부를 축적한 뒤에도 여전히 가난했던 시절처럼 사는 사람에게 그 까닭을 물으면, 대부분 자식들이 자기 자신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바람으로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이 자식에게 언제나 이롭기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있다. 부자의 자식이기 때문에 부자로 살 가능성의 반대쪽에는 물려받은 재물 때문에 패가망신할 가능성도 다분히 도사리고 있고,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이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 가능성의 반대쪽에는 뼈저린 가난 때문에 부자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좋은 부자, 대한항공의 나쁜 부자를 보면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즐겁다’라는 철학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