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
세상사는 이야기-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06 18: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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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


꽃향기 가득한 동네 꽃길을 걸어서 출근한다.

담장 너머 붉은 입술로 인사하는 장미가 아름답다.

길을 걸으면 ‘나는 왜 꽃빛깔 나는 글을 쓰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서 고생한 일 년을 살았다.

지난해 6월 7일, ‘꿈을 쫒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생애 첫 칼럼이 세상에 나왔다.

그때부터 경남도민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에 매월 두 세편의 글을 써오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서른세 번째 이야기다.

부끄럽지만 필자는 글쓰기 전문 지식이 없고,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탁월한 경력의 소유자도, 특별한 그 무엇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높은 연봉, 빠른 승진과도 거리가 멀다.

사십대 후반의 이십 이년 차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종이 신문 읽기와 독서, 일상생활에서 느낀 단상들을 짧게 표현하는 게 전부였다.

지난해 5월, 생면부지의 신지식 도서실장 고영실 선생님께서 진주에서 거창에 있는 필자의 직장으로 찾아오셨다.

두꺼운 노트 한권을 건네주시면서 신문 칼럼 쓰기를 추천하셨다.

고심 끝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좋은 공부의 기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고역인지 절감했다.

욕심만 가지고 흉내를 내려고 하니 어지간히 힘든 게 아니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쓰고, 퇴근 후 새벽녘까지 ‘썼다, 지웠다’를 수 없이 반복했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써보는 ‘3다(多)’의 부족함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글을 써보면 무엇을 모르는지, 뭐가 부족한지 또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겸손해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름처럼 글 쓰는 남자(文男用)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열심히 연습하면 좋아질 거라며 스스로 자위했다.

그때부터 남의 글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신문과 책을 더 많이, 꼼꼼히 읽고 사물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다.

칭찬과 격려의 독자 편지나 전화를 받을 때는 힘이 났다.

책 선물을 보내주신 분도 있고, 좋은 인연으로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글의 힘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의 하세요, 절대 다른 사람이 대신 원고를 써주게 하면 안 됩니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리라.
칼럼을 쓰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그동안 ‘남이 대신 써준 원고를 읽는 삶’을 살았다는 후회다.

조금 더 ‘나’다운 사람, 글에서 향기가 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은 정직하다.

아는 만큼, 생각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표현하기 어렵다.

남에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 글을 한 번 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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