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된 사람’과 ‘덜 된 사람’
칼럼-‘된 사람’과 ‘덜 된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11 18: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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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된 사람’과 ‘덜 된 사람’


수레의 각 부분을 떼어 낸 것은 수레가 아니지만, 그 수레의 각 부분을 다시 맞추면 수레가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양자강이나 황하강 역시 작은 개울물들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룬 것이다. 성인 역시 한 마디의 말이나 작은 행실들이 본보기가 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로부터 우러름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자기주장이 있더라도 끝까지 우기지 말아야 하고, 자기 마음속에 정당한 생각이 있더라도 남의 말을 물리쳐서는 안 되는 법이다. 사계절은 기온이 다르지만 하늘은 어느 한 계절만 특별히 다루지 않으므로 한 해를 이룰 수 있고, 한 나라의 벼슬아치들은 그들이 맡은 직책이 다르지만 왕은 특별히 어느 직책을 맡은 벼슬아치만을 총애하지 않아야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이며, 선비와 군사는 하는 일이 다르지만 대인은 어느 쪽을 더 감싸지 않기 때문에 덕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만물은 각각 그 존재의 까닭이 다르지만 도를 편애하지 않으므로 만인이 따르는 것이다.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은 계속 바뀌는 것이므로 서로 좋음과 싫음이 있고, 큰 산에는 많은 나무와 풀들이 각각 조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이런 것들을 세상에서는 여론이라고 한다. 중국의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장자(莊子: BC369?∼BC286?)가 가르쳐 주는 지혜이다.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 관아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그의 남루한 옷차림만 보고 겨우 엉덩이 하나 걸칠 만한 자리를 내주었다. 술과 노래로 흥청거리는 잔치판에서 이몽룡은 탁주 한 잔을 마신 뒤 시 한 수를 지어 놓고 자리를 떴다.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금빛 술잔에 맛 좋은 술은 뭇 사람이 흘린 피요. 玉盤佳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 옥쟁반에 기름진 안주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落(촉루락시민루락낙):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은 눈물만 쏟고.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아라. 눈치 빠른 자들은 이몽룡이 써놓고 간 시(詩)를 보고 슬금슬금 자리를 떴지만, 사또 변학도는 이몽룡의 해진 옷 속에 감춰진 마패를 알아보지 못한 채 술잔을 기울이다가 봉고파직(封庫罷職)을 당하고 말았지 않은가?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만 가고 갑 질 또한 날카로운 칼날을 예리하게 갈고 있으며, 실업자는 늘어만 가고 취업난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져만 가고 있다.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라고 의회나 국회에 보내었더니 무슨 거래들로 쇠고랑이나 차고 무슨 이상한 명분들을 붙여 피나는 세금으로 해외여행들이나 다니다가 여론의 몰매들을 맞기도 한다.

종교계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걱정하는 소리보다 바깥세상에서 종교계 현실을 걱정하는 소리가 드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의 관심은 성찰을 통한 환골탈태보다 오로지 종교 그 자체의 성장과 발전 한 가지에만 꽂혀있다.

‘된 사람’과 ‘덜 된 사람’의 차이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된 사람은 아직도 자기가 덜 되었다고 여기는 데 반해 덜 된 사람은 자기가 이미 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대부분의 의사와 판검사와 종교지도자들이 맨 처음 그 길로 들어설 때는 병든 사람을 돕고,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지키고, 기댈 곳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겠다는 선서도 한다. 그러나 의사가 생명보다 돈을 쫓고, 판검사가 약자보다 강자의 권익을 먼저 살피고, 종교지도가 돈과 권력을 함께 가지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자기가 본래 가진 바람은 물론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직업으로서의 명패 역시 빛을 잃고 만다. 의사나 판검사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의사가 많은 도회지에서도 죽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판검사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도 도둑은 든다. 다른 금속이 섞이지 않아야 순금이 되고, 잘 달릴 수 있어야 준마(駿馬)가 되고, 전쟁터에 나아갔을 때 두려움을 떨칠 수 있어야 용사가 되고, 다른 어떤 것보다 목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지켜낼 때 심의(心醫)가 되고, 반짝이는 것 이상으로 불변의 순일성을 유지 할 수 있어야 귀한 보석이 된다.

내일이 선거 날이다. ‘된 사람’을 뽑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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