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세상사는 이야기-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19 18: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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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싱싱한 초록 봉오리가 꽃을 품고 있다.

어떤 빛깔의 아름다움을 감싸고 있을까.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감미로운 향수의 냄새가 느껴진다.

시골 감자밭 옆에 있는 백합에서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주말, 막내 딸아이를 데리고 감자를 캐러 갔다.

휴대전화 등 디지털기기에만 익숙한 초등학생에게 자연을 가르쳐 주고 싶어서였다.

감자는 약 7000년 전 페루 남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과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에 들어왔다.

감자는 예로부터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 기근을 해결해 주는 중요한 작물이었다.

특히, 비타민C의 함유량이 사과의 3배로 알려져 ‘밭에서 나는 사과’로 불린다.

녀석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줄기를 손으로 잡아당기면서 호미로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숨어 있던 굵은 감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땀을 흘리며 호미질을 하던 아이가 질문을 했다.

‘땅 위의 감자 잎 모습은 다 비슷한데 크기와 개수가 다른 이유’를 물었다.

단편적인 이야기 보다는 교훈이 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생각이라는 호미로 머릿속 지식 저장창고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먼저 ‘견자비전(見者非全)’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글자 그대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백합꽃이라고 하면 하얀색을 떠올리기 쉽지만 핑크색, 자주색, 노란색 등 다양하다.

그래서 개화가 될 때 까지 색깔을 속단(速斷) 하는 것은 곤란하다.

잔잔한 호수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눈으로 보고 있지만 수면 아래 발이 움직이고 있는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결과다.

또 ‘구반문촉(扣槃捫燭)’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동반(구리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만진다’는 뜻으로 ‘실제 경험이 없는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진실에 도달 할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어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함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는 범죄 수사 현장에서도 적용된다.

좋은 평판을 가진 사람이 추악한 범죄행위로 비난을 받는 경우다.

선입견과 편견에 의한 섣부른 판단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정보가 흘러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혜안(慧眼)이 요구된다.

‘적절한 균형감각’은 좋은 판단의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

‘경청’, ‘관찰’, ‘독서’의 꽃봉오리가 활짝 피면 ‘지혜’라는 향기가 나온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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