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승부는 그린 주변에서부터
아침을 열며-골프, 승부는 그린 주변에서부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21 18: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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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 승부는 그린 주변에서부터


며칠 전 골프연습장에서 지인(知人)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하도 안 나가서 고반발(반발력이 좋아서 거리가 더 나감) 드라이버를 살까말까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이버 1개의 가격이 250~280만원이라서 부담이 된다는 것이며, 고반발 드라이버는 거리가 많이 나가는 반면 잘 깨지는 경우가 있어서 더욱 고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고반발 드라이버로 연습하다가 깨지는 경우를 자주 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동반자로서 실제 라운드를 해보지 않았지만 스크린에서는 자주 같이 했기에 이 하소연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드라이버 거리가 남들보다 짧다보니 늘 두 번째 샷은 맡아 놓고 먼저 쳐야하는 경우인 것이다. 그러니 농담인지 진담인지 재미로 0사장님은 드라이버 치고 나서 자리에 가서 앉지 말고 옆에 서 있다가 바로 치라는 홀대를 받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 달 전보다 비거리가 제법 늘어서 무너진 자존심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사람의 욕심이 여기서 그치겠는가! 본인 스스로 자신이 환갑(還甲) 진갑(進甲) 다 지나갔다고 큰 소리 치면서도 드라이버 거리는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아마추어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라 오늘도 어깨와 허리가 아프고, 손이 까질 정도로 맹연습이다. 주어진 90분을 잠시도 쉬지 않고 공만 쳐대고 있으니 어디 탈이라도 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골프는 드라이버 비거리도 승부가 결정되는 운동이 아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승부의 중요 요소라면 400m씩 치는 장타 대회 선수가 단연코 우승권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드라이버만 그렇겠는가? 물론 멀리 가는 것이 짧게 가는 사람보다는 유리하겠지만 골프는 거리보다 방향성과 정확성이 더 우선이다. 많이 나가서 산(OB)으로 연못(hazard)으로 혹은 심한 경사지로 가버리면 스코어를 줄일 수가 없지 않겠는가? 드리이버 거리가 180m 전후면 자신의 스코어를 줄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나마도 짧아서 파온(파3는 한번에, 파4는 2번에, 파5는 3번에 그린에 올리는 것)이 안돼면 한번 더 쳐서 잘 갖다가 붙여서 컨시드(concede)를 받거나 홀컵에 집어넣으면 파(par), 못 붙이거나 한번에 집어넣지 못해서 보기(bogey)라도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구력이 바탕이 되어서 공을 쳐낼 수만 있다면 결국 골프의 성적표는 그린 근처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드라이버 치고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샷으로 그린 근처까지 왔다면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스의 설계자는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그린 근처를 매우 역동적으로 꾸며 놓았다. 여기에는 아마추어들이 제일 싫어하는 벙커(bunker)는 물론 그린 자체를 포대 그린으로 만들어서 짧으면 굴러내려 오게, 길면 내리막 어프로치라 갖다 붙이기가 까다롭게 되어서 고수(高手), 중수(中手) 그리고 하수(下手)의 변별력을 가늠하게 한다. 따라서 고수일수록 그린 주변에서 응용력을 발휘해서 잘 갖다 붙이지만, 하수는 늘 그린 주변이나 벙커에서 버벅 대거나 뒤땅(duff)과 탑볼(topball)로 스코어를 망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하수는 그린 주변에서 필요한 어프로치나 벙커샷 혹은 퍼팅에 대한 생각보다 오로지 좀 전에 짧았던 드라이버 비거리 혹은 산으로 연못으로 들어간 잘못 친 샷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반성한다.

오늘부터라도 생각을 바꿔보자. 골프는 스코어 게임이지 드라이버 비거리 게임이 아니라고 말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골프가 쉬워지고 연습장에서의 접근 방법도 달라진다. 실제로 하소연을 했던 지인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나 퍼팅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녹록(碌碌)한 편이라 드라이버를 바꾸기보다 생각을 바꿔야 골프가 쉬워지고 행복해진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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