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도민칼럼-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24 18: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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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며칠 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정말 귀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이 책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한 연설문 중 아주 잘 된 것 9가지를 선정하여 원문과 번역문으로 실려 있다. 표지에 있는 ‘오바마가 던진 변화와 전진의 메시지’와 ‘오바마 대통령 최고의 순간들’이란 부제가 크게 관심을 끌었다. 이들 연설문 중 한두 문장은 당시 가끔 TV 뉴스 시간을 통해 들어본 것 같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전문을 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몇 편을 읽어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연설문이 대체로 길기도 하고, 내용에도 특별한 게 없고 너무나 밋밋하고 평이한 것 같았다. 우리 대통령들의 연설문과 굳이 다른 점을 든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가끔 그 연설을 듣는 대상자나 집단에게, 때로는 전 국민에게 스스로 위대한 미국 국민임을 강조하여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세계 최고의 대통령 연설이, 그것도 잘된 연설문이란 게 왜 나에게는 그렇게 큰 감흥을 주지 않을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이 나에게는 왜 그렇게 보이는지를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집권만 하면 국가와 국민의 편안함과 연속성은 염두에도 없고, 자기의 치적 쌓기와 모든 국민들이 자기의 이념과 사고를 따라주기를 바라는 성급함과 또 집권자가 되고나면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아주 잘못된 권위의식에서 나오는 과격하고 직설적인 연설에 너무 익숙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 대통령의 연설이나 정책은 항상 과격하고 전투적이다. 역사바로세우기, 사회정화, 바르게살기, 부정부패 일소, 급격한 제도개선, 적폐청산 등 주요 정책을 내세우는 연설문의 내용들은 모두 국민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가지게 하기 보다는 혼란스럽고 짜증스럽게 하는 것들이 많다.

해방 이후 70년이 넘도록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안정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스러운 것은 집권자들마다 마치 자기가 나라를 새로 세우는 것처럼 요란하게 정책들을 펼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 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온 장본인들이 집권만 하면, 자기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세하며, 앞 정권을 무조건 처벌 대상으로 보거나 아무리 좋은 정책도 바꿔버리거나 중단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기존의 각종 제도도 국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예사로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한 상황은 앞 시대의 위정자들을 믿고 열심히 살아온 국민들에게 혼란과 갈등을 불러오게 한다. 앞 정권의 정책이나 기존 제도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얼마든지 하나하나 고쳐 나갈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우리나라 집권자들의 연설도 마치 혁명군들이 나라를 점령하고 진격하듯이 떠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과 같이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국민이 편안하면서도 언제나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긍심을 가지게 하여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는 그런 연설이었으면 좋겠다.

“오바마는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연설을 통해 국민을 일깨우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취했다. 냉철하면서도 애정을 담은 말과 글을 통해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역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해 역설했다.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오바마의 연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책자의 표지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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