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광주 집단폭행’ 사건을 보며
도민칼럼-‘광주 집단폭행’ 사건을 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26 18: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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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

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광주 집단폭행’ 사건을 보며


‘광주 집단폭행’ 사건은 지난 4월 30일 오전 6시 18분쯤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도로에서 택시 탑승문제로 시비가 붙으면서 발생했다. B씨 일행이 A씨를 무차별 폭행해 A씨는 실명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B씨 일행 9명중 5명을 구속했고 지난 5월 9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집단폭행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가해자의 폭력성이 문제이지만, 이 사건에 대처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이었다. 우리나라 경찰의 미온적 대응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미국 경찰은 서부개척시대에 ‘보안관’의 행태가 그 뿌리이다. 질서를 잡기 위해 범죄자를 총으로 쏠 수 있다. 범죄자를 총으로 쏘는 것은 보안관의 당연한 임무이다. 이 문화는 현재로 이어져 미국 경찰의 경우 경찰관의 총기사용에 장애가 거의 없다. 반면에 우리나라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의식이 그 뿌리이다. 경찰은 어려운 이웃의 봉사자와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이 문화는 현재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찰의 경우 총기사용에 심리적·법리적 장애가 매우 많다.

우리나라 경찰의 경우 사건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하면 ‘잘해 봐야 본전이다.’라는 의식이 경찰관 개개인에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총기 사용으로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경찰관 개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불이익과 고통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개인이 충돌할 경우 사람의 물리적인 힘은 거의 비슷하다. 경찰관 한 개인이 범죄자 한 개인을 무기 없이 물리적인 힘으로 쉽게 제압한다는 것은 그렇게 용의한 일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상대가 건장한 폭력배일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경찰관에게는 권총과 테이저건(전기 충격기) 같은 무기가 지급되는 것이다. 경찰관이 그런 무기를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심리적·제도적인 장애가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가?

이번 광주 집단폭행 사건과 같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좀 더 잔꾀를 부리자면 폭행사건 신고를 받은 경찰이 폭행 당사자들끼리 어느 정도 격렬한 폭행이 끝날 때 까지를 기다려 서서히 사건현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경찰관은 기운 센 슈퍼맨이 결코 아니다. 그도 한 아이의 아빠, 엄마 일수도 있고, 한 사람의 배우자인 평범한 가장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광주 집단폭행과 같은 경우 경찰이 적극적으로 범죄 가해자를 제압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번 사건을 보면서 염일방일(拈一放一)이 생각난다. 이 말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를 쥐고 또 하나를 쥐려 한다면 그 두 개를 모두 잃게 된다는 말이다. 약 1천 년 전 중국 송나라 시대에 사마광이라는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한 아이가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다가 커다란 장독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른들이 사다리 가져와라, 밧줄 가져와라 요란법석을 떠는 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꼬르륵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 때 작은 꼬마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덩이를 주워들고 그 커다란 장독을 깨트려서 아이를 구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 현상을 보면 이 고사와 같이 치밀한 어른들의 잔머리로 항아리 값 계산하고, 항아리 깨트린 법적 책임소재 따지며 시간 낭비하다고 정작 사람의 생명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른다.

이 염일방일(拈一放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더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더 귀한 것이 무엇이냐는 것은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광주 집단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인권도 물론 중요하다. 그도 사람이니까. 그러나 피해자의 경우는 인권도 인권이지만 큰 항아리에 빠진 어린아이와 같이 목숨이 위험한 경우였다. 이런 경우 앞뒤 재지 않고 돌덩어리로 항아리를 과감하게 깨트리는 어린 사마광의 지혜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훗날 사마광(司馬光:1019~1086)은 북송 중기의 정치가이자 사학자로서 사마천의 《사기》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찬한 중국역사상 손꼽히는 위인이 된다.

광주 집단폭행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죄는 날로 흉포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경찰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기보다 경찰관이 범죄에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주어야 한다. 즉 경찰관이 권총이나 테이저건을 사용하여 범죄자를 제압하는 데 심리적·제도적·법리적 장애요인을 일선경찰을 지휘하는 지휘관들 나아가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제거하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어린 아이를 보면서 항아리는 깨지 않고 밧줄타령, 사다리타령 하다가 어린 아이는 죽게 되는 비극적인 장면을 우리국민은 앞으로도 반복하여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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