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다니!
아침을 열며-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다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6.26 18:1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다니!


트럼프가 고집을 꺾었다. 당연히 꺾어야 되는 고집이었다. 그 전에 그런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되는 거였다. 트럼프는 몇 달 전부터 불법 이민자들의 부모와 자녀를 격리 수용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아내 멜라니아와 딸 이방카의 설득으로 고집을 꺾은 모양이다. 물론 여론과 각 정당에서도 반대가 심했지만 결정적으로 고집을 꺾는 데에 그의 아내와 딸이 작용했다는 설이다. 일면 우습기도 하고 딸과 아내 두 여인이 고맙기도 하다. 트럼프는 어떤 위기 때마다 딸이나 아내의 도움을 받아 결정적으로 그 위기를 탈출하는 면이 더러더러 발견된다.

세상의 딸들은 참 귀한 존재 같다. 이 딸들이 커서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조상이 된다. 아직 아기인 딸일 때는 그 부모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가 말이다. 그리고 조금 자라서 청소년기가 되면 얼마나 역시 부모에게 가열찬 고뇌와 노고를 선물함으로서 부모를 성장시키고 철학자로 살게 하느냐는 거지. 물론 아들도 귀하고 소중하다. 세상의 생명이 아닌 것들도 다 중요한데 하물며 생물이며 사람인 아들이 왜 안 중요하겠는가. 오늘은 고집쟁이 트럼프가 두 여인 때문에 결정적으로 선량한 정책을 선택했으니 이 딸들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며칠 전에 온두라스 두살 소녀가 울고 있는 사진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두살이면 그야말로 어떤 세상의 논리로도 설명되지 못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다만 천사일 뿐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즐거움과 신비함만을 제공할 뿐인 천사. 만인에게 즐거움과 신비로움을 주지만 욕구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다. 이 천사에겐 부모가 세상 모든 것이다. 어른들이 살아가는 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그런데 천사의 모든 것인 부모와 격리 시킨다고?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가 있었을까. 어떤 이유로도 그런 발상은 해서는 안 된다.

이웃에 사는 친구가 일찌거니 손녀를 봤다. 아이를 낳은 두 사람은 아직 자식을 키울 형편이 안 되어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나도 도울 테니 친구가 키우라고 부탁을 했다. 친구는 그러잖아도 자기가 키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지금 몇 달째 키우고 있다. 덤으로 내가 신났다. 내가 저를 진심으로 이뻐하는지 어떻게 아는지 나만 보면 온몸으로 웃는다. 이제 5개월 정도밖에 안 된 아기가 기쁨을 표현하는 건 웃는 일밖에 없을 것 같지만 그 몸짓이 너무도 다양하다. 두 주먹을 꼭 쥐고 마구 흔들기, 얼굴이 빨개지도록 머리를 흔들기, 몸 전부를 양쪽으로 구르기,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내 이름은 안녕 할머니다. 친구의 손녀는 외출만하면 안녕 할머니를 볼 수 있으니 외출이 더 줄거울 것이다. 그런 아기에게서 할머니나 가족들을 격리시킨다고? 잠시라도 생각하니 가슴이 헐렁하고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트럼프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는지, 참!!!

미국은 부자 나라이며 살기 좋은 나라다라는 게 상식이다. 상대적으로 또는 절대적으로 살기 어려운 다른 나라 사람들로서는 꿈의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너도 나도 “미국으로 가즈아~~”하는 게 미국으로선 부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독 불법 이민자에게만 부모와 자식이 따로 살아라고 하는 건 가히 살인적인 처사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미국은 부자인 게 확실하다. 곳간도 부자일 것이다. 그러니 미국은 항상 인심이 좋은 쪽으로 정책을 펴길 바란다. 그런다고 미국의 살림이 거들나지 않는다. 부자들은 자신이 가난해지면서까지 가난한 사람을 도우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게 변하지 않는 부자의 논리다. 미국은 망해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차츰 미국을 외면할 것이다. 그리고 차츰차츰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갈 것이다. 결국은 로마제국처럼 망할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