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메시지
후쿠시마의 메시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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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지난 21일 부산에서는 반핵아시아포럼이 열렸다. 일본과 태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약 30명의 반핵운동가들이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에서는 19일부터 ‘국제원자력산업전’과 ‘태평양연안국원자력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핵산업계와 학계, 태평양지역 핵산업 국가들이 미리 회동을 갖자는 의미였다.

부산 벡스코에서는 핵발전소 안전을 홍보하는 기업과 세계 각국의 전시와 강연, 포럼이 진행되었다. 기업들은 자신의 상품을 전시하고, 학계는 핵안전 포럼을 진행하고, 각 나라의 정부들은 핵 수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였다.

아시아 지역 반핵활동가들은 핵안보정상회의와 부산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크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핵무기로 무장한 평화란 진정한 평화일 수 없으며, 핵발전소 역시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에서 부산을 방문한 어머니들은 누구보다 진지했고, 단호했다. 우연찮게도 부산에서 발표를 하신 분은 모두 여성이었다. ‘핵발전소 필요 없는 후쿠시마 여성들’, ‘원자력자료정보실’, ‘폐로 액션’, 후쿠시마 엄마 모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후쿠시마 여성들’. ‘후쿠시마 여성들’에서 온 분은 손녀까지 있는 할머니였다. 손녀들과 함께 산책도 하고 하이킹도 하던 가장 즐거웠던 곳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많은 슬픔과 고통,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원자력자료정보실’에서 온 활동가 분은 수년 동안 핵발전소 노동자들을 상담해 왔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도 수 천 명의 노동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치명적인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데, 최종 수습까지는 30~40년이 더 남아 있어 앞으로도 더 가혹한 피폭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폐로 액션’에서 오신 분은 5살 난 딸 아이를 가진 젊은 엄마였다. 작은 몸집의 작은 목소리를 가진 우노씨는 후쿠시마 피난민이었다. 우노씨는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이전인 2010년 8월부터 후쿠시마 폐로 운동을 벌여왔다고 한다.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후쿠시마 핵연료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연료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논쟁이 벌어진 시점이었다고 한다. 우노씨는 오래된 핵발전소와 밀집된 핵발전소가 걱정되었다고 하는데, 반년 만에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이 대목에서 울음을 참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포럼장은 어느 때보다 숙연하고 무거웠다. 자신들의 고통을 감당하기에는 아직까지도 너무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들이었지만, 그녀들의 의지는 단호했다.

지금 이 고통이 반복 되어서는 안 된다!

그녀들이 울 때 우리도 함께 울었다. 그녀들의 고통이 온 마음으로 느껴지고, 그녀들의 뜻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의 이야기는 단지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힘을 더 모으지 않는다면, 우노씨의 고통을, 죽음을 예정해 놓은 노동자의 고통을, 가장 즐거웠던 장소를 가장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장소로 기억해야 하는 일을 우리가 또 다시 경험할 수 있다.

증언은 밤이 늦도록 이어졌다. 몇 개월째 일본 곳곳을, 세계 곳곳을 다니며 후쿠시마 상황을 전하던 후쿠시마 현의 한 구장은 삼척과 영덕에 이어 부산에서도 그 소식을 전하였다.

이미 구장은 무리한 일정으로 목이 쉬어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말 소리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세계 어디에도 안전한 핵은 없습니다. 후쿠시마를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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