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시설농가 '문닫을 판'
최저임금 인상에 시설농가 '문닫을 판'
  • 강정태기자
  • 승인 2018.07.11 18:32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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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근로자 먹고자는 현물비용 제외

외국인 근로자 비중 높은 시설채소 농가는 부담 가중


최저임금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경남도내 농촌지역 농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에 크게 의존하는 도내 시설재배 농가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문을 닫게 생겼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올 초 최저임금 상승돼 농가의 부담이 커졌지만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정에 근로자가 먹고 자는데 들어가는 현물비용은 최저임금 범위에 제외된 탓이다.

국회의 최저임금 개정에 따르면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를 넘는 초과분과 숙박비·식비·교통비 같은 복리후생비는 7%가 넘는 초과분이 2019년부터 최저 임금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정기상여금은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에 한정되고, 복리후생비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만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에 제공하는 숙박비와 식비가 최저임금 산입대상이지만 기숙사·식사제공은 현물로 간주돼 최저임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농가들의 인건비 부담은 한 명당 월평균 22만1540원(월209시간) 늘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공동조사에 따르면 농업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중 97.6%가 숙소를 제공받고 있으며, 이중 79.1%는 무상으로 숙소를 제공받고,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비율도 80.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제공되는 것이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복리후생비로 간주되지 않는 탓에 외국인 근로자의 의존도가 높은 시설채소 농가들은 실질적인 부담만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에 농촌지역 농민들은 최저임금개정안이 농촌지역의 상황에는 맞지 않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천에서 외국인근로자 2명을 데리고 토마토 시설재배를 하고 있는 이모씨(54)는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있으려면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시 돼왔다”며 “하지만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들어가는 돈은 최저임금에 포함 안 되고 임금은 또 올려주고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정치인들이 농촌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부추 시설 재배를 하고 있는 허모씨(46)는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1명당 140여만원 나갔는데 올해는 160만원쯤 주고 있다.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고 외국인 숙소 숙식비에, 전기세, 가스비까지 1명당 200만원이 넘는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다보면 고정으로 지출이 많이 나가는데 그렇다고 인력난 때문에 고용 안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부담만 많이 간다”고 말했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금 속도로 인상된다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비중이 높은 농촌의 시설채소농가 대부분이 2~3년 내로 문을 닫게 될 것이다”며 “변화만 바라보며 서두르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각 현장에 있는 많은 이들의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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