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나와 너
아침을 열며-나와 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17 18: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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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나와 너


프랑스의 작가 카뮈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빈곤과 부조리로 인간성을 상실한 이 세계에서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자신을 구제하고 모두가 희망하는 인류의 미래를 구하는 일이다” 정말이지 소탈하고도 위대한 의미를 가진 말이다. 이 말을 좀 더 소박하게 이해를 해보자면 두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도 아니고 단 한 사람만을 우리 각자 각자가 구한다면 나 자신을 구제하는 일인 동시에 우리들 공동의 희망인 행복하고 평화로운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단 한 사람'이라는 건 어떤 범위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도 되고 멀리 있는 사람이라도 되고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되고 아예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된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라도 되고 친척이라도 되고 가족이라도 된다. 물론 삼대로 원수가 진 집안의 사람이라도 된다. 일단 단 한 사람만 구해도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게다가 ‘자신을 구제하고’라는 말에 조금만 집중해보자.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바로 자신을 구제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자신을 구한다는 일은 쉬운 듯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인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진짜 작은 버릇 하나를 고쳐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는 걸 우리 모두 한두 번쯤은 경험해 본다. 담배가 그렇게 몸에 해롭다고 곽에다 온갖 끔찍한 사진을 붙여 놔도 피울 사람은 다 피운다. 싸움 중에 가장 치열한 싸움이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난감한 나 자신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이라니!!

나는 커피를 십대 후반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그 맛과 향에 취해서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돼버렸다. 그다지 마구 마신 것도 아닌데. 금단현상 중에 짜증이 나는 게 나에게 나타났다. 혈액에서 카페인 기운이 비교적 엷어지는 아침이 되면 그렇게 짜증이 나는 것이다. 두 아이들에게 터무니없이 자주 버럭버럭 화를 내고 때리고 별짓을 다 했다. 그래서 안 마시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아직도 간혹 마시고 어김없이 이른 아침이면 폭군처럼 쳐들어오는 짜증이라는 금단현상을 체험하며 불쾌해한다. 카뮈의 저 말을 계기로 이제부터는 커피를 단 한 방울도 입에 넣지 않겠다.

그렇다면 자신을 구하면 어떤 좋은 일이 벌어질까? 내가 만약 커피를 끊고 짜증을 내지 않으면 생활이 어떻게 변할까. 거의 몇 달을 커피를 마시지 않고 지냈더니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소소한 짜증이 사라지다보니 말투도 훨 다정해졌다. 커피를 매일 혹짝거릴 때에 비해 남과의 다툼도 현격하게 사라졌다. 그러니 이웃에 적이 줄어들고 우군이 늘어났다. 여기에 보태서 어려운 사람을 인생이 현격하게 행복해질 때까지 진정으로 도와주고 보살펴 함께 살아간다면 설사 무엇이 못 된다해도 그것으로 내 삶이 풍성해지고 그게 인생 승리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구하는 일’에 대해서 잘 생각해야 하겠다. 우선 그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자. 구하는 일은 보다 쉽게 말하면 도와주는 일이다. 도와주되 그 사람의 인생이 행복해질 때까지 도와주는 일이다. 여기에 자칫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다. 단 한 사람만 도와주다가 나와 더불어 살고 있는 다른 이웃은 본척만척 한다면 이건 또 다른 이기성이 되어 곤란하다. 이럴 때 우리에겐 참 좋은 시스템이 있는데 바로 마음이라는 요술단지가 그것이다. 비록 나의 단 한 사람에겐 실제 라면을 끓여서 먹인다면 그 외 다른 타인에겐 마음으로 따뜻한 라면을 끓여주면 되겠다.

우리 각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나 자신도 구제하고 오직 돈돈하며 휘몰아치는 세상도 구해보자. 홀로 외롭게 사는 친구가 있으면 음료수라도 한병 사들고 슬그미 찾아가보자. 당장 내 옆으로 짐을 든 노인이 있는지 살펴보자.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거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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