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독서 후 대립토론을 통한 사고력 증진
도민칼럼-독서 후 대립토론을 통한 사고력 증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19 18: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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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독서 후 대립토론을 통한 사고력 증진


언어능력은 보통 네 가지로 구분되며 읽기와 듣기는 수동적, 쓰기와 말하기는 능동적이라고 본다. 읽기와 듣기는 지식을 습득하는 토대가 되고, 쓰기와 말하기는 이해력을 외부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는 글을 읽거나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되새김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교육에서 읽기와 듣기는 잘 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쓰기와 말하기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습이 안 되고 지식이 피상적인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대학은 여름방학마다 교원대상으로 연수를 제공한다. 내용은 주로 학습지도법이나 학생관리방법 등이었는데, 올해에는 ‘토론’방법을 교육받았다. 토론 중에서도 공동으로 무엇인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내용이 아닌 ‘대립토론’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상대방의 주장에 반박하고 질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을 자료조사에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의 ‘디베이팅’이란 용어의 한국어 표현이 ‘대립토론’인데 이것은 한 주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여 하나의 게임처럼 팽팽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입장뿐 아니라 상대방 입장의 논거를 정확하게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일반 토론은 ‘토의’에 해당되며 공동의 관심사가 되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집단구성원이 협동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라고 정의를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대립토론은 자신의 의견이 올바르며 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와 대립하는 타자의 의견의 오류나 부적절함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의 영향을 강화하고 타자의 의견의 영향을 억제하려고 하는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즉, ‘토의’는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결과적 사고에 중점을 두지만 ‘대립토론’은 과정적 사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 토론은 많이 해보았지만 게임식 대립토론은 처음 해본 셈이다.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많은 자료조사를 하고 읽고 요약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나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 주장에 반박과 질문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많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활동이었다. 지속적으로 상대방 논점을 파악하고 예상 질문에 답변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었다.

교육받는 과정에서 초등학생들이 대립 토론하는 영상자료를 보았는데 근거를 제시하며 또박또박 주장하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았다. 논리성과 일관성이 연습되니 사고력뿐만 아니라 말의 표현력도 더불어 좋아질 것 같았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해 창의성과 사고력이 떨어지는 맹점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다. 주입식 교육과 틀에 박힌 사지선다형 답 고르기는 사고력을 저하시키고 주장을 피력하기 보다는 나의 사고를 답에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시제도의 영향으로 경직되어 있지만 과목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이 학습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지식의 내면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토론도 한 방법이라는 희망적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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