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자도 자도 피곤한 ‘만성 피로’
한의학 칼럼-자도 자도 피곤한 ‘만성 피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22 18: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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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자도 자도 피곤한 ‘만성 피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공기에 어느덧 선선함이 느껴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겪은 탓인지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면불량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피로는 정말 간 때문일까? 한의학에서 간은 근육을 주관한다고 본다. 우리가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노동을 과도하게 하게 되면 근육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피로 물질인 젖산이 쌓이게 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해지는 몸살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대부분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호전이 되기 마련이다. 이를 ‘일과성 피로’라고 한다. 하지만 수면과 휴식으로도 해소되지 않고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지속성 피로’라고 하고, 이것이 6개월 이상 지속이 되었을 때 ‘만성 피로’라고 지칭한다. 대개 피로감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만성 피로 단계에 이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만성 피로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의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요에 비해 생산되는 에너지 공급이 더 적기 때문에 피로 현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이다. 가만히 쉬는 동안의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뇌가 정신적 활동을 할 때 에너지의 90% 이상에 다다를 정도로 맞먹는다. 따라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 또는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공부양이 많은데다 진로 고민까지 겹친 학생들은 만성 피로에 쉽게 노출된다.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체내에 활성산소가 많아지고 이는 세포활동의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나 지나친 근심 걱정도 만성 피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앞서 말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신체적 영향과 더불어,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져 불면증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일 잠을 자더라도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이는 피로를 누적시키고 온 몸의 피로 현상을 불러온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겪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피로도를 개선시키고 체력을 증강시켜주면 좋은 치료 효과를 본다. 간이 피로와 관련된 장기라고 했는데, 한의학에서 간은 정서, 특히 노여운 감정, 화병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이를 정신적인 만성 피로로 보고 간을 치료한다고 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또한 정신적인 문제 이외에 관절염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신체의 에너지 소모가 과도해지므로 또한 만성 피로를 느끼기가 쉽다. 만성 질환이란 치료가 쉽지 않고 그 자체가 기분을 우울하게 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준다. 이 때 간 기능 개선제를 먹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치료법이 되지는 않는다.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거나, 적응증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할 확률이 높다.

만성 피로는 그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함께 치료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으로는 가장 먼저 양질의 수면을 취하고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하루 종일 회사 업무에 시달려 집에 오자마자 곯아떨어져야지 다짐했지만,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자마자 갑자기 피로감이 해소되는 듯 한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휴식은 티비나 스마트폰 등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휴식 그 자체여야 한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면, 주변의 소음과 매체로부터 잠시 떨어져 본인만의 휴식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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