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간신은 청렴한 인물을 싫어한다
칼럼-간신은 청렴한 인물을 싫어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27 18: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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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간신은 청렴한 인물을 싫어한다


간신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부패했거나 사리사욕을 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충신은 그들에게는 제거의 대상이다. 반면 권력자의 간특한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효성왕(孝成王)때 빈객(賓客)이 왕을 만나 물었다. “세상에 상옹(桑雍)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왕께서는 아십니까?” 효성왕은 아직까지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빈객이 이렇게 말했다. “상옹이란 바로 총애하는 주변 사람들, 광대나 애첩, 환관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왕이 술에 취하고 혼미한 틈을 타서 왕에게서 바랐던 것을 가지려는 자들입니다. 이들이 안에서 뜻을 얻으면, 대신은 밖에서 법을 굽힙니다. 그러므로 정작 재앙은 왕이 사랑하는 자들에게서 나옵니다”이 말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큰 적은 항상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교훈의 역사이다.

한 애제(漢 哀帝)때 낭관(郎官) 동현(董賢)은 잘생긴 사람이었다. 황제가 자주 불러 이야기 나누기를 즐겼고 황문랑(黃門郞)에 임명하였다. 동현이 황궁을 나갈 때면 황제가 함께 수레를 탔고 궁에 들어올 때는 황제에게 하듯 좌우에서 시중을 들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출세의 비결은 동현이 부드러운 성격에 왕의 비위를 잘 맞추고 아첨을 잘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추는 동현을 늘 곁에 두고 싶어 했다. 나중에는 동현을 위한 저택도 마련해주었다. 날이 갈수록 동현에게는 진귀한 물건들이 쌓여만 갔다. 게다가 동현의 직급은 고속 승진하여 대사마위장군(大司馬衛將軍)으로 삼았는데 그때 동현의 나이가 불과 22세였다. 급기야는 동현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니 삼공(三公)들까지도 동현에게 각종 사안을 보고하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그렇게 믿었던 황제가 갑자기 죽고 말았다. 평소에 눈에 가시처럼 보았던 태후는 책문을 내려 동현을 면직시키고 말았다. 동현은 그날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의 재산을 내다 팔았더니 모두 43만 금이었다고 한다.

또 한 예는 당나라 숙종에서 덕종 때의 평장사로 발탁된 간신 원재(元載: ?~777)라는 사람은 황제의 마음을 읽어 신임을 독점하고 어마어마한 치부를 하고 충신들을 무자비하게 참람(僭濫)하고 악행을 일삼았다. 그의 기세가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그는 황제에게 “모든 관원에게 사안을 논할 때는 먼저 자기에게 보고하고 황제에게는 자기가 보고하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황제에게 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리석은 황제는 이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러자 형부상서 안진경(顔眞卿:709~785)이 반대하고 나선다. “낭관(郎官)과 어사(御史)는 폐하의 이목(耳目)인데, 사안을 논할 때 먼저 재상에게 보고한 것은 스스로 눈과 귀를 가리는 것입니다. 폐하는 신하들의 참언하는 것을 두려하면서 어찌 그 말의 허실을 살피지 않으십니까? 만일 말이 과연 허언이면 의당 벌을 주어야 하고, 과연 사실이라면 상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안진경은 왕희지와 더불어 중국에서 서예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중앙정부의 장관자리에 있던 안진경을 하루아침에 지방의 하급관리로 강등시켜 내치고 말았다. 이에 기세가 등등해진 원재는 국정을 농단하고 뇌물은 집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급기야는 황제까지 경고를 했지만 그의 탐욕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원재가 반역을 도모한다는 고발이 있어 황제는 원재를 잡아들여 자진(自盡)하게 하였다. 담당관리가 그의 집을 수색했더니 후추만 8백 석이나 나왔다고 한다. 그 당시 후추는 귀했고 약으로도 썼던 시절이다. 보통 사람의 집에는 후추를 갖기가 귀한 물건이었는데 그 정도였으니 다른 재물은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간신들과 맞은편에 있는 인물도 있었다. 제갈량(諸葛亮)은 삼국시대 촉나라 승상이었으면서도 재산은 성도(成都)에 있는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밭 45경(頃: 54평정도)이 전부였다. 그래서 간신은 제갈량처럼 청렴한 인물을 싫어한다. 역사에는 숱한 간신들이 나오고 간신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많은데 막상 간신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간신짓들을 할까? 아마도 권력의 중독성 때문일 것이다. 집권자는 경계하고 또 경계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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