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조상에 대한 예의, 벌초
아침을 열며-조상에 대한 예의, 벌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9.10 18:16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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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요즘 고속도로나 일반 국도, 지방도로가 토·일요일이면 몸살을 할 정도로 꽉 막혀서 통행을 지체시키곤 한다. 바야흐로 추석을 앞둔 벌초 기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40대 남자가 10대의 아들을 데리고 벌초를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로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하였었다. 조상님께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도리어 화를 입고 만 경우이다. 나는 ‘조상님께 경의를 표하고 오는 후손을 조금 돌봐줄 것이지 왜 그랬을까?’하고 생각하였었다. 없는 시간을 내어서 조상님의 묘소를 돌보고 오는 후손의 성의가 얼마나 갸륵한가!

우리도 해마다 일어나는 연례행사처럼 올해에도 지난 토요일에 벌초를 하였다. 항상 2팀으로 나누어서 하므로 예초기를 2대 짊어지는 예초기 담당이 그날이 비어야 한다. 토요일이 어려워서 일요일로 한다고 문자를 보냈다가 토요일이 괜찮다고 일정이 바뀌었으니 다시 토요일이 어떻겠느냐고 연락이 와서 다시금 전화와 문자로 토요일로 변경해서 하게 된 것이다. 오전에 날씨가 햇빛이 비치지 않아서 좋았다. 날짜를 잘 잡은 것 같았다. 한 팀은 진주시에 있는 명석면의 산소에서 벌초를 하고, 한 팀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그리고 우리가 자란 동네에 있는 산소에서 벌초를 한다. 옛날 같으면 걸어서 산소에 갔을 테지만 요즈음엔 산소 입구까지 승용차로 준비물을 싣고 간다. 그런데 동네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살고 계시고 자기들의 일에도 바쁘기 때문에 가는 길에는 예전 같지가 않다. 도로 옆에 자라난 초목들이 웃자라서 차들을 넘보기도 하고 긁어서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길옆은 잘 정리를 하여서 차들이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게 깨끗하였었다. 그래서 차들을 조심해서 운전하는 데도 어쩔 수 없다. 산소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예초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벌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준비를 해 가지고 간 것을 나누어서 자기가 할 것을 챙기고 벌초를 시작한다. 동생이 예초기를 짊어지고 풀과 산소 옆의 작은 나뭇가지들을 베어내고 나면 까꾸리(갈퀴의 경상도 방언)로 잘려나간 풀들을 끌어내서 옆으로 치운다. 까꾸리가 촌에 없어서 2개를 사가지고 왔는데 하나는 쇠로 된 것이고 하나는 플라스틱으로 된 것인데 벌초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하기가 편했다. 산소가 있는 곳이 여섯 곳인데 아침 일찍 서두른 까닭에 오전 11시 30분이 되어서 끝을 내었다. 햇볕이 내리쬐면 하기가 어려웠을 것인데 벌초를 하는 내내 구름이 하늘을 감싸고 있어 시원한 가운데 벌초를 하였다. 땀도 많이 흘리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좋은 날을 택한 것이라 여겨져서 기분도 좋았다.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가서 수돗물에 대강 씻고 부모님을 모시고 점심 먹으러 산청읍에 있는 고기집으로 갔다. 외사촌 동생이 하는 식당으로 해마다 벌초 때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엔 벌써 많은 차량들이 와 있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벌초를 하고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오곤 하는 것이다. 우리도 식당의 한 곳을 자리 잡아서 부모님과 함께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벌초를 하는 분들은 대체로 젊은 층은 보이지를 않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조금은 힘들고 위험한 것이지만 조상을 기리고 추석이면 가족끼리 둘러보고 조상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인데 안전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앞으로는 벌초를 하지 않아도 되는 조상들의 산소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벌초라는 것은 다음 세대에서는 우리 선대들이 하던 아름다운 풍습으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마음으로 조상들을 기리면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금 벌초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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