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물을 맑히려면 물을 흔들지 마라
칼럼-물을 맑히려면 물을 흔들지 마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9.11 18:3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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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물을 맑히려면 물을 흔들지 마라


사람은 마음 쓰기를 투명하게 하여 겉과 속이 같아야한다. 하늘에도 구름이 걷히고 나면 밝고 아름답게 보이듯이 타고난 성품을 밝고 투명하게 하여 공개적으로 살아가자.

인간의 가장 큰 병통은 번거로움을 귀찮게 생각하며 얼렁뚱땅 하는 것에 있다.

치심지요, 당이과욕위선(治心之要, 當以寡慾爲先)이라. 마음을 다스림에는 욕심을 적게 갖는 것이 제일이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구습(舊習)만 반복하지 말고 옛것을 참고하여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 속에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꾸준히 노력해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앞길을 헤쳐 나가는 일도 어렵지만, 크고 작은 병마를 이겨내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이기심 가득한 사람은 암에 걸린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걸린 감기를 더 중요시한다.

우리 주위에는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아플 때는 누구를 탓하기 전에 그동안의 고마웠던 일들과 사랑했던 일들만 떠올리며,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 순간을 감사해야한다. 그러면 저 만치에서 행복이 미소 지으며 다가 올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명상 수행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행은 마음의 때를 벗기는 과정이다. 마음을 평온하고 곧게 하여 바른 마음이 되면 잡티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고, 청정하여, 천진무구하던 어린 시절,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육신은 영원하지도, 강하지도 못하고, 힘도 없어서, 온갖 질병이 모여 들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지금은 건강할지라도 건강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지혜로운 사람들은 다 안다.

육신은 물거품, 아지랑이, 파초, 요술쟁이, 꿈, 그림자, 메아리, 구름, 번개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무상성(無常性), 무아성(無我性), 고성(苦性)으로, 표현된다. 무상성이란, 계속 변화하여 늙고 병들어 사라지는 성질이며, 무아성이란, 육신은 나라고할 만한 주체가 없는 성질이며, 고성이란, 몸은 쉴 사이 없이 고통을 만드는 성질을 말한다. 물을 맑히려면 물을 흔들지 말아야한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흔들리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사람은 환장(換腸)한 사람이다. 환장이란 우리 몸의 대장, 소장, 위장 등이 서로 뒤바뀌고 꼬이는 것을 말한다. 위장만 아파도 죽을 지경인데, 오장이 서로 바뀌고 꼬인다면 살을 에는 아픔밖에 없다. 건강하려면 마음부터 안정시켜나가야 한다.

마음이 요동치고 있으면 그 마음이 외부로 표출되어 남들 눈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되어서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게 된다. 그러면 하는 일마다 진짜 꼬이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과거를 철저히 참회하고, 털어내면서 지난날의 잘못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신과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가며 새 출발을 해나가야 한다.

사찰에는 마음이 아파서 오는 분들이 많다. 수행자는 그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배려하며 맞이한다. 잠시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덕담으로 무거운 탐욕의 집착을 벗어던지도록 슬기롭게 이끌어준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이기심을 벗어나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이 되어서 듣고 싶지 않은 말까지도 기꺼이 들어줄 수 있도록 사고를 전환시켜준다.

만약 자신에게 싫은 말 한마디 전해줄 사람이 없다면 그는 이미 실패한 사람이거나 실패의 길로 가고 있는 사람이며, 주위로부터 외면당한 사람이 분명한 것이다.

우리는 밤낮으로 마음 밭을 개간하여 타고난 성품을 밝고 투명하게 해나가도록 하자.

끝없이 넓고 한량없는 이 마음 밭을 좀 더 멋지게 개간하여 자신의 내부에 잠재한 무한한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아가면 세상은 물론 자신에게도 크나큰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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