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합천 가는 길 위에서 합천을 생각하다
시론-합천 가는 길 위에서 합천을 생각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9.12 18: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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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합천 가는 길 위에서 합천을 생각하다


며칠 전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합천으로 가게 되었다. 합천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드라이브 코스라는 생각이 들 때 쯤 이미 차는 합천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황강의 맑고 깨끗한 모래들과 흐르는 강물은 햇빛에 반사 되어 더욱 영롱하게 다가왔다.

합천은 이미 알려진 대로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변한, 대가야국과 신라국을 거쳐 지금까지 온 유서 깊은 고장이기도 하다. 출신 인사로는 남명 조식과 대통령, 장관, 독립 운동가, 의병장, 학자, 예술가들이 많이 있으나 유독 출세한 기업가들은 별로 없다.

차를 잘 정리된 재래시장 유료 주차장에 세워두고 시장 안팎과 읍내를 찬찬히 둘러보고는 이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너무 없을 뿐 아니라 활기차게 사람들이 모여서 움직여야 할 시장과 가게에는 적막감이 들 정도로 인기척이 없다. 사실 합천읍 주변에는 유명한 곳이 너무나 많다. 합천 해인사와 연호사, 황매산, 가야산, 영암사지, 홍제암, 함벽루, 호연정, 옥전 고분군, 미숭산성과 향교(삼가, 강양, 합천, 초계)등과 황계폭포, 홍류동계곡, 합천호, 백리 벚꽃길 등 수많은 문화재와 숨은 보석들이 있다. 축제로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황매산 철쭉제, 벚꽃 마라톤대회, 대야 문화제, 황강 레포츠축제들도 있으나 과연 군 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고 또한 읍내와 연계가 잘 되어 군민들의 살림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의아스럽다. 행사기간 중이나 후라도 관광객이나 참가자들이 읍내에서 머물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정비를 잘 해야겠고 합천의 역사적 위상에 맞는 관광 인프라 구축도 매우 필요하다 하겠다.

필자의 소견으로서는 읍내가 활성화 되고 그 다음으로 주변의 행사들이 부수적으로 따라 와야 하는데 도심 공동화처럼 되어 있는 것이 현 합천의 실태다. 현재 심겨져 있는 가로수만 하더라도 아무런 특색이 없을 뿐 아니라 한여름 따가운 햇빛을 피할 그늘조차 없는 수종으로 심겨져 있다. 차라리 잎이 넓은 활엽수나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특색 있는 가로수로 교체 해 보는 것도 생각 해 볼만 하다. 거리에 다니는 차들은 몇 대가 전부처럼 보일 뿐 아니라 그 몇 대를 위하여 읍내 구석구석 아스팔트를 왜 깔았는지 의아스럽다. 더군다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거리를 다니는 내내 따라 다닌다.

합천에는 물이 풍부하고 깨끗한 물로도 유명하다. 합천호와 황강의 풍부한 물을 읍내로 유입하여 필요하지 않는 차로를 제거 하고 거기에 수로를 만들어 흐르게 하면 멋진 수변 공간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 수변 공간에는 자연히 도심 정비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열섬 현상으로 인한 피해도 줄어들겠지만 관광객이나 주민들의 산책로도 훌륭한 곳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본다면 그 수로에 작은 배들을 띄어 보자. 굳이 베니스의 곤돌라를 예로 말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한 뱃사공 창출과 숙박업소, 찻집, 음식점, 카페 등의 신규 직업들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지금의 합천에서 머물러 있고 싶으면 변화를 주저해도 되겠지만 읍내의 활성화와 수익 창출, 역사와 관광 합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읍내를 진입하는 모든 차량들은 외곽에 주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읍내를 진입할 수 있는 차량은 전기차나 도심 열차(트램)로 이용 하도록 하면 우리나라 유일 무일의 환경 도시로도 변모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신축 하는 한옥에 대해서는 군에서 보조금을 주어 주민들의 자발적 유도를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며 2층 이상의 한옥에는 1층에는 상업 시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군민들의 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이러한 예는 중국의 운남성 려강이나 상해 주자각, 절강성 가흥 등에서도 볼 수가 있으며 이곳들은 현재 성공하고 있거나 하고 있는 좋은 케이스다. 도심에 수변 공간이 있는 그 자체가 문화이고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수가 있다. 합천에는 이미 주변에 많은 관광 자원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읍내를 활성화하여 쉬고, 자고 갈 수 있는 배후의 역할을 잘 해주면 될 것이다.

몇 십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라도 차근히 계획하고 주민과 공무원이 손을 잡고 조금씩 움직이면서 낙후된 합천이 아니라 후대에 빛나는 역사 관광의 합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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