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 안에 들려주는 기막힌 아이디어
18분 안에 들려주는 기막힌 아이디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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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맛깔이 있는 사람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다. 바람직한 어떤 목적을 이루는 역경을 이겨낸 과정이나 세상을 바꿀 정도의 기막힌 아이디어로 된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감동과 함께 인간성의 존엄함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여운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는 혼자 듣기에 아깝다. 더운 여름날 밤에, 연못가에 앉아 별을 보며 함께 듣던 70년대의 라디오 연속극처럼, 이런 이야기는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데 탁월하다. 원래 인터넷의 목적이 서로 떨어진 먼 거리에 있는 컴퓨터끼리 자료를 주고받는 것이었기에,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수행하던 이야기 전달 기능을 대체하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뉴미디어’라는 칭호도 얻었다. 그러므로 인터넷의 탁월한 이야기 전달 기능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꾼이 만난다면 금상첨화의 조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찰떡궁합의 예가 TED이다. 

TED는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영어 앞 글자들을 모은 것으로 “퍼뜨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전파시키고자” 이 세 분야에서 이룩한 새로운 업적, 그 가운데서도 널리 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듣는 모임이다. 1984년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유럽이나 아시아 등에서도 비슷한 강연회가 열린다.

TED의 글자들이 의미하듯이 이 강연회에서는 과학과 문화에 대한 연구와 실제 적용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연사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혁신적이고 청중의 몰입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18분. 이 18분이라는 시간제한은 이 강연에서 배울 점을 극대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발표자는 연단에 서자마자 자신의 발표 주제에 대하여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청중을 대상으로 18분 만에 관심을 끌도록 해야 하니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발표 주제뿐만 아니라 발표하는 사람도 일종의 상표처럼 기억되고, 청중의 호감을 얻고 그리고 자신의 중요성이 인식되도록 하려고 한다. 그러자니 강연이 시작되면 발표자는 곧바로 자신의 핵심 주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그 주제에 대하여 청중이 참여하거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들도록 증거를 제시하는 형식으로 강연이 이루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하여 한 두 시간의 강연을 통하여 청중에게 감명을 줄 수 있겠지만 오직 최고만이 18분 안에 기억될 만한 자신의 개인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발표의 치열함과 아이디어 전달의 도구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짧은 시간 동안에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전하고자 발표자들은 멀티미디어를 동원하여 발표 아이디어를 짜낸다. 주로 프레젠테이션용 멀티미디어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도록 설계된 발표물은 연사의 핵심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구성되어진다.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저렇게 이야기의 핵심을 잘도 전하고 또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하여 멀티미디어 자료를 잘 구성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저녁을 먹고 모깃불을 뒤로 하며 듣던 어릴적의 그 라디오 방송을 따라 흘러 다니던 그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하여 전달되는 이야기의 생생함이 때로는 혼을 빼듯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지만, 내 마음을 따라 그려지던 상상의 세계는 이제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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